쌈밥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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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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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한반도라는 자연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왔고 이곳의 기후와 풍토에 적절한 음식 문화를 정착시켜 왔다.자연 그대로의 것을 산과 들 그리고 바다에서 채취해 맛깔스럽게 조리해 멋진 요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사시사철 즐겨먹고 있는 쌈밥 맛의 비결은 비빔밥처럼 밥과 반찬을 섞은 다음,한입에 넣고서 요리조리 씹어먹는 데 있다.
쌈밥은 여러가지 야채와 나물,해초의 잎을 날것이나 익힌 것으로 먼저 마련하고,그 안에 밥과 반찬을 이것저것 올려놓은 다음,식성에 따라 짜거나 싱겁게 스스로 맞추어 먹는 요리다.
쌈 속에는 불고기,지진 고등어,무조림,나물,젓갈 등 여러 가지가 들어가는데 이들 '육해공군'이 많이 합해질수록 '맛의 전쟁'을 멋지게 치러낼 수 있다.그래서 쌈의 종류와 반찬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맛있는 쌈밥집을 평가하기도 한다.
쌈 한 장에다 이것저것 올린 다음,볼이 미어지도록 한입 가득히 치열하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 친구가 '한국 사람들은 온몸으로 식사를 한다'고 했던 표현이 기억난다.쌈밥 역시 비빔밥 문화의 변형으로 육식과 채식을 겸하면서 상추라는 또 다른 공간 속에서 '혼합형 맛의 시너지 효과'를 스스로 빚어내는 요리 기법이다.
이처럼 쌈밥은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밥상의 총체적 미각을 한꺼번에 맛보려는 음식이며,함께 먹으면서도 각자의 맛을 존중하는 식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쌈 속에는 채식과 육식이 문화적으로 공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어울림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맛의 수준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쌈 속에는 날것도 들어가고 익힌 것도 들어간다.즉 자연 그대로의 것과 문명의 이기인 불로 익힌 것이 서로 합쳐진 음식으로서,날것도 익힌 것도 아닌 중용의 음식인 셈.이렇게 자연과 문명을 서로 융합시키는 요리방식이 쌈밥이며,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생활정신이 그대로 배어 있다.또한 쌈밥 속에는 항상 새로운 문명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우리의 지혜가 들어있다.
자연과 문명이라는 이러한 모순을 '쌈'이라는 공간 속에서 조화 융합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맛의 균형과 멋진 미각을 추구하는 방식.비빔밥과 같은 '요리의 교향곡'이 바로 쌈밥이며,이것이야 말로 우리 민족의 대표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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