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鐵面皮) - 고전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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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로 된 얼굴 가죽. 공자(孔子)의 말씀에 『자기 행동을 하는 데 부끄러워함이 있어야 한다[行己有恥]』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지금 중국 북경대학(北京大學)의 교훈 가운데 한 구절이 되어 있다. 자기 자신을 알아 처신(處身)하는 데 염치(廉恥)가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염치가 없는 사람을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라고 우리는 여긴다. 누가 보아도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하고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 염치 없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흔히 「철면피(鐵面皮)」라고 부른다. 「쇠로 된 얼굴 가죽」이라는 뜻이다. 붉어지거나 수줍어할 줄을 모른다. 「후안무치(厚顔無恥 : 얼굴이 두터워서 부끄러움이 없다)」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중국 송(宋)나라 때 왕광원(王光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재주도 있고 문장도 잘 짓고 학문도 상당하여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나갔다. 그러나 사람이 지조(志操)가 없고 너무나 출세(出世)에 눈이 어두워 못할 짓이 없을 정도로 염치가 없었다. 자기 상관은 물론이고, 자기에게 조금만 이익이 되겠다 싶은 사람이면, 다른 사람이 보든 말든 수시로 그 집을 들락거리며, 하인처럼 굴었다. 그 사람의 종기의 고름까지도 빨아 줄 정도로 아첨(阿諂)을 떨었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은 사람이 시라도 한 수 지으면, 그 시의 수준(水準)은 차치하고서, 『정말 잘된 작품입니다. 이태백(李太白)이나 두보(杜甫)인들 어찌 귀하의 시 수준에 따라올 수 있겠습니까? 정말 신운(神韻 : 신비스러울 정도의 운치)이 도는 시입니다. 불후(不朽)의 명작(名作)이십니다그려.』 등등의 말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稱讚)을 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언짢아 해도 조금도 거리끼지 않았다.
한 번은 어떤 다른 관리가 자기에게 아주 무례(無禮)한 짓을 했는데도, 화를 내기는 커녕 도리어 허허 웃고 넘겼다. 이런 줄을 알고 그 관리의 무례는 날이 갈수록 정도를 더해갔다. 어느 날 그 관리가 술이 약간 취하여, 『오늘은 내가 당신에게 매질을 좀 하고 싶은데, 어떻겠소?』라고 한번 떠보았다. 그러자 왕광원은, 『귀하의 매라면 영광(榮光)이지요. 기꺼이 맞겠습니다』라고 하고는 등을 내밀었다. 그 관리는 정말 힘껏 매질을 하였고, 왕광원은 아픔을 참으며 화를 내지 않고, 여전히 비위를 맞추어 주었다.그 다음날 왕광원의 친구가, 『자네도 사람인가?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가운데서 아무 이유 없이 그런 모욕(侮辱)을 당해?』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그 분한테 잘 보여 나쁠 것이 무어가 있어』라고 태연하게 대답하니, 그 친구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 당시 이런 유행어가 있었다. 『왕광원의 얼굴은 두터워, 열 겹의 철갑(鐵甲)이라네.』
중국 역사상 출세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조사해보니, 「흑심(黑心 : 마음이 검고)」 「후안(厚顔 : 얼굴이 두껍다)」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성실하게 자기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대우 받는 세상이 쉽지 않은가 보다. 각종 선거(選擧) 때가 되면, 수많은 철면피들이 활동을 재개한다. 철면피들이 생존하지 못하게 하려면, 국민 각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 鐵 : 쇠, 철. *. 皮 : 가죽, 피)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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