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로즉신흠(習勞則神欽) - 고전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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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로운 일에 습관이 되면 귀신도 존경한다. 19세기 중엽 청(淸)나라 왕조를 뒤집을 정도의 위협적인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이 있었는데, 억압(抑壓)과 착취(搾取)를 당하던 농민들의 정권에 대한 반항운동으로 14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 난을 진압(鎭壓)한 공로로, 청나라에서 왕족이 아니면서 유일하게 후작(侯爵)까지 받은 증국번(曾國藩)이란 대신이 있다. 이 분은 중국 호남성(湖南省) 상향(湘鄕) 고을의 궁벽(窮僻)한 산골마을 출신이었고, 그 조상들은 600여년 동안 이름난 인물 한 사람 없는 한미(寒微)한 집안 출신이었다.
이 분의 조부는 젊은 시절에는 읍내에 드나들면서 술 마시고 노름도 하는 등 허랑(虛浪)한 생활을 하며 지냈는데, 서른 살쯤 되었을 때 읍내서 돌아오다가 자기를 비웃는 이웃 사람들의 말을 듣고서, 그때부터 정신을 차려 분발하여 농사일을 열심히 하기 시작하였다. 매일 일찍 일어나 채소밭에 거름을 주고 가축과 물고기 등을 기르고 하여 집안 살림을 일으켰다. 재산을 모은 뒤, 그 아들을 과거에 합격시키려고 열심히 뒷받침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손자인 증국번에 이르러 과거에 합격하였다. 증국번은 조정에서 10여년 정도 벼슬하다가 모친상을 당하여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와 지냈다.
그 때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났는데, 다급해진 황제는 상주의 몸이 되어 있는 증국번에게 지방의 의병(義兵)을 조직하여 태평천국의 난을 평정하도록 특별히 명령하였다. 여러 차례의 고난 끝에 결국 그의 지휘하에 태평천국의 난은 진압되었다.
이 분은 매우 검소하여 관직이 높아져도 늘 가난한 시골사람처럼 청렴하게 살았다. 훌륭한 사람을 대접하고 자신을 낮출 줄 알았다. 당시 조정 관원들은 다 첩(妾)을 두었으나, 이 분은 끝내 첩을 두지 않았다. 관직에서 종사하거나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다고 전쟁터에서 지냈으면서도, 늘 학문을 계속하여 일생 동안 지은 책이 400권에 이를 정도다.
이 분은 여러 가지 훌륭한 점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오늘날 중국에서는 자녀 교육 잘한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부분의 집안은 흥했다가 다시 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 분의 아들과 손자들 가운데는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왔고,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최초의 영국공사(英國公使)를 지낸 증기택(曾紀澤)이 그 아들이다. 지위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 인격 능력을 두루 갖추어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이 분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기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수고로운 일에 습관이 되면 귀신도 존경한다[習勞則神欽].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수고로운 일을 싫어한다.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지혜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할 것 없이, 모두 편안한 것을 탐내고 수고로운 일은 꺼려한다. 사람들이 날마다 입는 옷이나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이 하루 동안 한 일과 쓴 힘과 일치한다면 옆에 사람도 옳게 여기고 귀신도 허락할 것이다. 그러나 부귀한 집안의 사람들이 일년 내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서 진수성찬을 먹고 비단 옷을 입고 편안히 지낸다면, 이는 아주 불공평한 일이다. 농부들은 일년 내내 부지런히 일하여 겨우 몇 섬의 곡식을 생산하고, 아낙네들은 몇 자의 베를 짜낼 뿐이다. 이런 일은 귀신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서도 부귀영화를 오래 누릴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는 좋은 말이 수없이 많지만, 내가 경험해보니 「근(勤 : 부지런함)」과 「검(儉 : 검소함)」보다 더 좋은 말이 없더라.』
그의 후손들은 이 근·검 두 글자를 지켜왔기에 오늘날까지도 계속 가문이 번성한 것이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게으르면 어떤 일도 이룰 수가 없다.
이 분이 아들이나 아우들에게 보낸 교훈적인 편지인 「증국번가서(曾國藩家書)」는 청나라 후기에 삼대 베스트셀러로 계속 출판되었고, 지금도 중국과 대만에서 다투어 출판하고 있다.
(*. 習 : 익힐, 습. *. 勞 : 수고로울, 로. *. 則 : 곧, 즉. *. 神 : 귀신, 신. *. 欽 : 흠모할, 흠)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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