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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지미(臨江之미) - 고전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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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의 고라니. 중국의 대표적인 큰 강으로 북쪽에 황하(黃河)가 있고 남쪽에는 장강(長江)이 있다. 이 장강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주로 양자강(揚子江)이라고 부른다. 이 양자강 하류의 서쪽 지방이 강서성(江西省)이다. 이 강서성에 임강(臨江)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동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가서 어린 고라니 한 마리를 생포(生捕)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주인이 고라니를 들고 오는 것을 보고는, 좋은 먹이가 왔다고 침을 흘리고 꼬리를 세우고서 달려들었다. 주인은 화를 내면서 개들을 꾸짖어 제지(制止)시켰다. 개들 먹이로 주려고 잡아온 것이 아니고 고라니를 애완동물처럼 키우려고 잡아왔던 것이다. 주인이 두려워서 개들은 식욕(食慾)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고라니를 귀여워하는 주인은 날마다 고라니를 안고 개 있는 데로 가서 개들에게 고라니를 보여 주면서 개들에게 해치지 말도록 주의를 주었다. 고라니가 조금 더 크자 개들과 어울려 장난을 치면서 지내도록 훈련시켰다. 개들은 주인의 뜻에 따라 고라니와 어울려 재미있게 놀아주었고, 고라니도 자기가 고라니인 줄 전혀 모르고 개들과 어울려 잘 지냈다. 고라니는 개들을 자기의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서로 부딪치고 비비고 뒹굴고 지내다 보니 날이 갈수록 친해져 갔다. 그러나 개들은 주인이 두려워서 주인의 눈치를 보느라 고라니와 가깝게 어울려주는 것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고라니를 잡아먹고 싶은 생각이 굴둑 같았다.

어느 날 그 고라니가 그 집 대문 밖으로 놀러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길에는 마을의 개들이 아주 많이 다니고 있었다. 고라니는 자기의 절친한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하여 곧장 달려가 개들과 어울리려고 했다. 다른 고라니들은 개만 보았다 하면 천리 만리 달아나는데, 이 고라니는 제 발로 다가오니, 개들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개들은 먹이가 제 발로 다가오니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멍청한 고라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 고라니가 자기들에게 다가오자마자, 여러 마리 개들이 단숨에 달려들어 고라니의 목을 물어뜯어 죽여 그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길 위에는 고라니 뼈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고라니는 물려 죽으면서도, 자기 친구인 개들이 왜 갑자기 자기를 물어뜯는지 그 이유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온실(溫室)에서 자라던 식물은 노지(露地)에 나오면 금방 얼어죽는다. 과보호를 받고 자라난 사람은, 세상의 물정(物情)을 모르고 자기 본위로 생각하여 행동하다가 잘 적응(適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에서만 통용(通用)되던 방식이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바로 보고 올바른 대처방식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적응하는 데 필수요건인 것이다.

[*. 臨 : 다다를, 림. *. ● : 고라니, 미]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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