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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막약부(知子莫若父) - 상식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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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아는 데는 아버지만한 사람이 없다. 조선(朝鮮) 효종(孝宗) 때 대제학(大提學)을 지낸 낙정재(樂靜齋) 조석윤(趙錫胤)이란 분은,강직한 성품을 지녀 임금에게 바른 말을 잘하였기에 남북으로 여러 차례 귀양을 갔다. 이 분의 집이 금천(衿川 : 지금의 富川市)에 있었는데,과거에 오르기 전 젊은 시절에 서울에 간 일이 있었다. 금천에서 서울로 가려면 노량진(露梁津) 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야만 했다.

아들이 서울에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떠난 며칠 뒤에,그 아버지 조정호(趙廷虎)에게 마을 사람이 황급히 달려와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지금 제가 서울 노량진에서 오는 길인데, 어르신의 아드님이 며칠 전에 낡은 배를 탔다가 그만 그 배가... 그만 그 배가 뒤집혀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 아버지가 듬직히 말하기를,“우리 애가 낡은 배를 탈 리가 없는데. 자네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그 사람이 말하기를,“아닙니다. 제가 어르신 아드님의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분명히 배가 강 가운데서 뒤집혔고 그 배에 탄 사람들은 다 빠져 죽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오늘만 지나보면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걸세. 한번 기다려 보자구.” “안된 말씀입니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될 것입니다. 너무 상심(傷心)하지 마십시오.” “나는 우리 자식을 믿어. 두고 봄세.” 아버지는 아들을 강하게 믿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이 워낙 확고(確固)하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마음에도 일말(一抹)의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마을 사람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이 서울에서 돌아와 아버지께 돌아왔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버지는 평소 때보다 몇 배로 더 반가웠다. 마을 사람이 그런 말을 전하게 된 까닭이 어째서인지 물어보았다. 아들은,“처음에 저 차례가 다가와 나룻배를 탔는데,타고 보니 배가 낡고 삐거적거리기에 곧 바로 내려 다음 배를 탔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처음 탔던 배는 강 중간쯤 가다가 그만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마을의 그 분은 제가 처음에 탔던 것만 보았을 뿐,금방 내려 다음 배를 타는 것은 보지 못한 듯합니다”라고 소상하게 아버지에게 전후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견스러워,“그럼 그렇지. 네가 침몰(沈沒)할 배에 탈 아이가 아니라고 나는 믿었지”라고 말했다. 부자간의 정이 전보다 더욱더 진해졌다. 소문을 전해들은 마을의 그 사람은 머쓱해졌지만,그래도 처신(處身)을 신중히 한 아들도 대단하지만,아들을 확실히 믿는 아버지도 대단하다 싶었다.

옛날에는 대가족제도인지라 아버지와 아들이 한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이 많은 대화(對話)를 나누었고,또 아버지가 아들의 성격을 잘 파악(把握)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스승이었다. 그래서 “아들을 아는 사람으로는 아버지만한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오늘날 아버지는 직장(職場) 때문에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드물고,자녀들은 학교 때문에 집에서 지낼 시간이 드물다. 학교를 마치고도 각종 학원 과외 등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하기가 정말 어렵다. 가정에서 자녀 교육할 시간이 없고,학교에서도 입시에 매달리다 보니,학생의 인성교육(人性敎育)에 투자할 시간이 전혀 없다. 그러니 청소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知 : 알, 지. *. 莫 : 아닐, 막. *. 若 : 같을, 약]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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