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돌사신(曲突徙薪) - 고전속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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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의 고래를 굽게 만들고 땔나무를 옮긴다. 미리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라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문제점을 미리 잘 파악(把握)하여 해결하는 사람은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일이 터진 뒤에 몸을 바쳐 수습(收拾)을 잘하는 사람이 인정을 받는 경우가 세상에 흔히 있다. 예를 들면 아궁이 주변에 땔나무를 재어놓았다가 집에 불을 낸 뒤에 목숨을 걸고 조상 신주(神主)를 꺼내오느라 이마에 화상(火傷)을 입고 눈썹을 태운 뒤숭한 며느리는 시부모들에게 아주 대단한 며느리라고 칭찬 받지만,평소에 칠칠하여 불이 나지 않도록 잘 단속하는 며느리는 아무런 칭찬도 받지 못하는 법이다. 불을 내지 않으려면 방구들의 고래나 굴뚝을 직선으로 해서 불똥이 밖에까지 날아 나오도록 해서는 안되고,또 아궁이 주변에 땔나무를 재어두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미리 `굴뚝(突)은 굽게(曲) 만들고 땔나무(薪)는 옮겨놓아라(徙)`라는 말이 있게 되었다.
중국 한(漢)나라의 대사마(大司馬 : 국방장관) 곽광(藿光)에게 한무제(漢武帝)가 죽으면서 그 아들 소제(昭帝)를 잘 보필할 것을 부탁하였다. 소제가 죽은 뒤 유하(劉賀)를 황제로 세웠으나 주색(酒色)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으므로 폐위(廢位)시켜 내쫓았다. 그리고 나서 선제(宣帝)라는 황제를 세우고 자기 딸을 그 황후로 넣었다. 곽광의 권세가 이렇게 막강하자,그 아들이나 조카들도 대단한 권력을 휘두르게 되었다. 한나라 조정은 곽씨들에 의해서 좌지우지(左之右之)되었다.
이 때 서복(徐福)이란 신하가 있어 선제에게 “때를 봐서 조치를 하셔야 합니다. 곽씨들의 권세가 날로 커가니 언젠가는 황제의 자리를 넘볼 것입니다”라고 몇 차례 상소를 했다. 그러나 선제는 귀 밖으로 듣고 말았다. 그 뒤 곽광이 죽고 난 뒤 그 아들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다행히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서 알려 준 사람이 있어 난을 평정할 수 있었다. 반란을 알려 준 사람과 토벌(討伐)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공신(功臣)이 되고 벼슬을 내렸다. 그러나 미리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한 서복에게는 아무런 상도 없었다.
그래서 한 대신이 상훈(賞勳)의 부당성을 느껴 황제에게 이런 풍자적인 이야기를 하였다. “어떤 사람이 친구 집에 갔더니,그 집 굴뚝은 직선으로 되어 있고,아궁이 옆에 땔나무를 재어두었더랍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굴뚝은 곡선으로 하고 땔나무는 옮겨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나기 십상이지`라고 충고했더니,그 친구는 재수 없는 말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얼마 뒤 그 집에 불이 났는데,다행이 이웃 사람들이 긴급히 진화를 하여 별 큰 피해는 없었답니다. 그러자 주인은 소를 잡고 술을 사서 그 사람들에게 대접했지만,그 친구는 초청할 생각을 안 했답니다. 좌석에 있던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그 친구 말 들었더라면,불도 안 났을 것이고,이렇게 불끈 사람들 대접하느라고 비용도 들지 않을 텐데`라고 했답니다. 주인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그 친구를 초대했답니다”.
임금도 이 대신의 말을 듣고 즉각 서복을 불러 열 필의 비단을 내리고, 벼슬을 올려주었다. 그래서 중국에 속담처럼 쓰이는 이런 시구(詩句)가 있다. “굴뚝을 굽게 만들고 땔나무를 옮기라 해도 은택(恩澤)이 없고,불에 머리를 태우고 이마가 물크러져야 최상의 손님이 될 수 있어.[曲突徙薪亡恩澤, 焦頭爛額爲上客.]”.(*. 曲 : 굽을, 곡. *. 突 : 굴뚝, 돌. *. 徙 : 옮길, 사. *. 薪 : 땔나무, 신)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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