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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목은 지상에서 5㎙나 되는 ‘롱목’. 그 긴 목을 이리저리 돌려 가면서 나뭇잎을 뜯거나 어렵게 숙여서 지면의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스럽기까지 하다.

그 긴 목을 거쳐 머리로 혈액을 공급하자면 혈압이 엄청 높게 마련. 그런데도 고혈압으로 쓰러졌다는 말도, 혈액순환이 나빠 현기증을 일으켰다는 말도 별로 없다. 이는 기린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 시스템 때문.

기린의 혈압은 사람의 두배쯤 된다. 강압제로 혈압 조절이 생활화되어 있는 고혈압 환자들에게는 기린의 혈압치가 끔찍하게 들릴 수 밖에. 또 종종 현기증을 일으켜 쓰러지는 경우가 있는 저혈압 환자들이 보면 그 긴 목으로 혈액을 송출하는 기린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기우. 기린은 머리 부분에 혈압을 조절하는 혈관네트가 있어 고개를 쳐들었을 때와 숙였을 때 등 상황에 맞춰 대응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