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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마지막 추위라고 하는 대한(大寒)도 지났군요. 최근 캐나다와 미국 동북부는 북극 바람이 몰고 온 강추위로 퀘벡 시의 기온이 영하 44 ℃까지 내려갔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이번 한파로 동사(凍死)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난 해 1월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 불어 닥친 한파로, 1450여 명이 사망했었답니다.

그런데 당시 방글라데시의 수도 디카의 기온은 9.7 ℃였다고 하네요. 영하 40 ℃가 넘는 무서운 추위에 죽은 사람이 없는데, 영상의 기온에 무려 1500 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니 이해가 되나요? 아마 추운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고온이었을 기온이 따뜻한 지방 사람들에게는 무척 추운 저온이었나 봅니다.

이처럼 일상 생활 속에서는 겨우 영하 50 ℃만 되어도 난리 법석이 나지요. 그런데 저온에서 일어나는 물질들의 특이한 현상을 연구하는 저온 물리학(또는 저온학)과 저온의 극한 환경을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저온 공학 분야에서는 120 K(K는 절대(絶對) 온도 단위. 0 K는 영하 약 273 ℃이며,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0 K에서는 열에너지에 의한 분자의 운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가 됩니다), 즉 영하 약 150 ℃의 극저온이라야 관심거리가 된답니다.

극저온의 온도 범위는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없지만, 보통 액체 산소가 기체로 되기 시작하는 온도(끓는점)인 약 90 K(영하 183 ℃) 이하 온도를 가리킵니다. 저온 물리학은 그것보다 더 낮은 온도인 액체 헬륨의 끓는 점, 즉 약 4.2 K(영하 약 269 ℃) 이하의 초극저온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물리적 현상을 주로 연구합니다. 그래서 그 특이한 현상 중 하나인 초전도체 중에서 액체 질소의 끓는점인 77 K (영하 196 ℃) 부근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고온' 초전도체라고 한답니다. 정말 차갑고도 뜨거운 물체이지요.

그럼, 우주는 얼마나 차가울까요? 태양 같은 별들이 많아서 뜨거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넓고 넓은 우주의 평균 온도는 우주 전 지역에서 고르게 뿜어져 나오는 복사파(이것을 우주 배경 복사라고 합니다)의 세기를 측정한 결과 약 2.7 K(영하 270.3 ℃)의 매우 차가운 상태라고 합니다.

극저온 상태는 단순히 온도가 내려가 생활의 불편함이나 기계적인 한계만을 극복하면 되는 상태가 아닙니다. 상온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특이한 물리적 현상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매우 경이로운 연구 대상이기도 합니다.

저온 상태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들로는 △물질들이 부서지기 쉽게 변하는 현상 △순수 금속의 열전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 △고체와 액체의 비열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 등이 있어요. 또한 모든 저온 장비들은 단열이 중요한 문제가 되므로 고진공 기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오네스(Onnes)는 수은을 액체 헬륨으로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4.2 K 부근에서 수은의 전기 저항이 거의 사라지는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처럼 초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거의 없어지고, 물체 내부의 자기장을 밖으로 내보내는 자기 반발 효과에 의해 자석 위에 둥둥 떠 있게 되는 현상을 초전도 현상이라고 합니다.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 즉 초전도체는 금속, 세라믹, 유기물질 등에서 약 1000 종류 이상이 발견되었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비싼 액체 헬륨으로 냉각해야만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값이 싼 액체 질소로 냉각하여도 되는 '고온 초전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답니다.

전기 저항이 거의 없는 초전도체는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전력선, 뇌세포까지 찍어 주는 MRI 촬영, 초고주파를 이용한 위성 전자 통신, 서울과 부산 사이를 40 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자기 부상 열차' 등을 가능하게 하는 꿈의 신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차가운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요? 어린이 여러분도 겨우내 춥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더 추운 곳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에 관심을 가져 보세요.

- 소년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