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주기성 만드는 '생체 시계' - 호기심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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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의 세포 핵 속에 있으면서 생명 현상의 주기성을 만들어 내는 것을 바로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라고 합니다. 배가 고프면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꼽 시계와는 다른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이 생체 시계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죠. 그런데 최근 들어 생명 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세포 핵 속에서 일어나는 이 생체 시계의 작동 원리를 속속 밝혀 내고 있어요. 이런 연구 분야를 '시간 생물학(Chrono-biology)'이라고 부른답니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의 목표는 생체 리듬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우선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유용할 것이고, 심지어는 전쟁에서 군인들의 수면 주기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잠들지 않는 무적 군대를 만들 수도 있답니다. 이것은 너무 비인간적이지만 미국의 ETA라는 회사에서 '삼내비(Somnavue)'라는 제품을 이미 선보였답니다. 이는 안경과 발광체를 결합하여 시신경에 빛을 쪼여서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것이죠.
사람 같은 고등 생물의 생체 시계들은, 두 눈의 시신경이 뇌 세포로 가는 도중 뇌의 중앙에서 만나는 부분('시신경 교차 상핵'이라고 합니다.)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밤과 낮의 변화나 계절의 변화와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 특히 빛의 변화에 따라 이 생체 시계들이 반응하여 새로운 시간으로 작동한다는 것이죠. 이 때 우리 몸의 활동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를 결정합니다. 호르몬 중에서 생체 주기에 특히 중요한 것이 '멜라토닌'이라는 수면과 관계된 호르몬입니다.
하지만 생체 시계는 이처럼 밤과 낮의 변화와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만 맞추어진 수동적인 시계는 아닙니다. 이것은 외부 환경의 변화와 차단된 상황에서도 원래의 주기성을 계속 나타내는 독립된 시계랍니다.
과학자들은 이 시계의 작동 원리를 위쪽 물 그릇에서 일정한 속도로 아래쪽 물 그릇으로 물이 흘러내려 차게 되면 다시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물시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세포 핵 속에는 생체 시계의 작동을 지시하는 유전자가 있어, 이 DNA가 '시계 단백질'을 만들어 내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핵 속에 시계 단백질이 많아지면 다시 시계를 작동하는 유전자의 활동을 정지시켜서 한 주기를 끝내고, 시간이 흘러 시계 단백질의 농도가 감소하면 다시 새로운 주기를 시작하게 신호를 보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생체 시계의 주기가 거의 22~26 시간 정도로, 생명체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고, 빛과 온도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관계 없이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체 시계 주기는 하루 길이인 24 시간보다 조금 더 길다(24.2~24.5 시간)고 합니다.
그렇다면 외국을 여행할 때 시차 적응에 애를 먹는 것이나 밤과 낮을 바꾸어 근무하시는 아버지들이 잠을 제대로 주무시고 피곤해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에서 말한 일정한 주기의 생체 시계는, 테엽을 감아 주거나 건전지를 끼워주면 '똑딱똑딱'하고 일정하게 가는 시계와 같은 것입니다. 문제는 이 시계를 사람들이 마음대로 시간을 바꾸거나 리셋(Reset) 버튼을 눌러서 새로 시작하게 할 수 있듯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환경의 변화가 이 생체 시계들을 새로 맞추어 리셋해 놓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 있다가 미국으로 가서 밤낮이 바뀌면 생체 시계들은 그 곳 환경에 맞추어 새롭게 리셋되어서 새로운 주기로 호르몬을 분비하고 우리 몸의 기관들이 움직여 주기를 바라죠. 그런데 우리 몸은 거기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곤함이 쌓이는 것입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을 때 춘곤증이 생기는 것도 이와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매우 쉽게 적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지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리셋하기 매우 힘든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사람과는 달리, 고릴라는 지구 반대 편에 데려다 놓아도 원래 있던 곳의 밤과 낮의 주기와 같이 활동하는 것을 과학자들이 관찰한 적도 있답니다.
잠자기나 우울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멜라토닌의 분비입니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와 노화 현상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생체 시계를 이용하여 이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각종 질병과 노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암 세포와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는 생체 시계의 오작동으로 생긴다는 설도 있답니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사람의 생체 주기를 이용하여 특정한 질병에 대해서 약효가 가장 좋은 시간대를 골라서 투약하면 병을 치료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천식은 주로 밤에 발생하고 증상이 낮보다 밤에 더 심하므로 초저녁에 약을 복용하면 천식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2003년 초 영국의 서레이 대학교 사이먼 아처 교수는, 심하게 늦잠을 자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Per3'라는 유전자의 길이가 짧다는 것을 밝혀 내기도 했습니다. 고장이 났다고 하기에는 부적절하지만, 하여튼 일반인과 다른 생체 시계 때문에 잠꾸러기가 생기는 것이랍니다.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은 자연적인 생체 시계가 따라가기에는 매우 벅차게 돌아가지요. 자연적인 생체 시계에 맞추어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일 텐데요. 어린이 여러분은 자신의 생체 시계에 맞춰 생활하고 있나요?
- 소년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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