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의 색깔 - 호기심천국

- 홈지기 (114.♡.11.73)
-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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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별 것인가. 대자연 속에서 꿈틀거리는 초개(草芥), 작은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미물이 쏟아내는 대소변도 ‘자연이야기’의 글감이 될 수 있겠다. 소크라테스는 “너 스스로를 알라”고 했다. 내가 무엇이며 누군가를 생각해봐야 하고 자기 분수에 넘치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나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는 내 몸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내 간(肝)덩이는 어디에 붙어있고, 눈알은 얼마나 크며, 핏줄을 다 모아 이으면 과연 얼마나 길까? 똥과 오줌은 왜 누르스름한가?
몸은 물경 100조개의 세포(細胞)가 모여서 여러 조직(살갗, 신경 등)을 이룬다. 또 이 조직이 모여서 많은 기관(눈, 위, 간 등)을 만들어 우리 몸의 얼개를 만든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몸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있는 것이 정녕 기적에 가깝다.
‘과학’이란 말에 너무 알레르기 일으킬 필요가 없다. 시작이 어렵지 좀 알고 나면 눈덩이를 굴리듯 척척 눈송이들이 달라붙어 지식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호기심이다. 어린이의 마음, 즉 동심(童心)에서 우러나는 그 많은 호기심이야말로 최고의 ‘과학의 싹’인 것이다. 선입관과 편견이 없는 그 해맑은 눈을 영원히 간직하여야 과학을 느낀다.
본론으로 와서, 대소변이 누르스름한 것은 적혈구(붉은피톨)가 죽어서 파괴된 부산물 때문이다. 즉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파괴될 때 철(Fe)과 담즙색소인 빌리루빈(bilirubin)이란 물질이 생겨나는데, 후자의 색깔이 노란 ‘똥색’을 띤다. 적혈구는 7∼8㎛(마이크로미터, 1㎛는 1/1000mm) 크기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도넛 모양을 하고 핵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뼈 속에서 처음 만들어질 때는 있었으나 자라면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피가 새빨갛게 붉은 것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성분의 하나인 철(鐵)이 산화되어 산화철이 되기에 그렇다. 우리 몸에도 물리학과 화학이 들어있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적혈구는 우리 몸 속의 큰 뼈다귀(두개골, 척추, 골반, 늑골, 팔다리뼈 등)에서 만들어지고, 그것이 120여일 간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고 나면 죽어 간과 지라(비장)에서 파괴되고 만다. 물론 없어진 적혈구만큼 곧 뼈에서 생성된다.(1초에 무려 200여만개가 죽고 그 만큼 생긴다.) 좀 어리둥절해 하는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몸은 살아있는데도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죽고 생기기를 반복한다. 사실 우리 몸에서 근육(힘살)과 신경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조직의 세포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죽고, 새로 생겨난다. 그래서 80일이 지나고 나면 우리 몸의 약 반(1/2)은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고 하지 않는가. 끊임없이 생멸(生滅)을 반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간과 지라에서는 적혈구가 파괴되고 있다. 죽은 세포는 그냥 두면 독성을 띠기에 분해하여 몸 밖으로 내보낸다. 파괴된 적혈구에서 나온 노란 빌리루빈은 일단 쓸개(담낭)에 모였다가 샘창자(십이지장)로 빠져나가 음식에 섞여서 대변에 묻어나가고, 피를 돌다가 콩팥에서 걸러진 빌리루빈은 방광에 고였다가 소변에 녹아 나간다. 빌리루빈을 설명하는 데는 황달이 제격이다. 간이나 쓸개가 고장 나서 쓸개액(담즙)이 쓸개관(담관)을 타고 샘창자에 술술 내려가지 못하고 되레 몸 안을 돌게 되는 것이 황달이고, 그래서 얼굴이나 피부색이 누르스름한 ‘똥색’이 된다.
적혈구 수는 1㎣에 남자는 약 500만개, 여자는 450만개가 들어있어 남자가 더 많다. 이것은 선천적이라기보다는 운동량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본다. 몸의 움직임은 근육이나 뼈의 탄력성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적혈구의 수까지 늘어나게 한다. 어쨌거나 우리 몸 구석구석, 100조개의 세포에 맑은 생명의 산소를 운반해 주는 것이 적혈구다. 저런, 그 적혈구도 죽고 나면 누런 시체덩이, 빌리루빈으로 바뀌고 말더라!
- 주간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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