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국 - 음식이야기

- 홈지기 (114.♡.11.73)
- 08-21
- 410 회
- 0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복더위에 즐겨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개장국이다.개장국은 개고기를 푹 고아서 끓여낸 것으로 원래는 구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구장은 개고기에 들깨,후추,고사리 등의 향료와 나물을 넣어 개고기에서 나는 누린내를 없애고 탕으로 만들어 낸 음식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국물에 된장을 풀어 넣기도 하고 그냥 물을 부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오면 소금으로 간을 맞추기도 한다.
개고기를 탕으로 만들어 먹든 그냥 삶은 고기로 먹든 항상 빠지지 않는 향료가 들깨 가루인데,들깨는 콜레스테롤을 줄이거나 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에 개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왜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에 개장국을 즐겨 먹었을까? 우리나라의 여름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매우 무더운데 특히 습도가 높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그늘 밑에 들어가도 땀이 가시지 않아 연방 부채질을 하고 시원한 마실거리라도 마셔야 겨우 더위를 잊을 수 있다.이런 무더위가 계속되면 땀을 많이 흘려 탈진 상태가 되어 입맛이 없어지고 기력도 떨어진다.
우리 조상들은 이 무더위 속에서 허해진 몸을 회복하는 음식으로 개장국을 손꼽았는데,동의보감을 보면 개고기는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며 장과 위를 튼튼하게 만들어 기력을 증진시키고 양기를 돕는다고 하였다.
또한 들깨,후추,고추 등의 향신료가 입맛을 돋우고 소화 기능을 돕는데,특히 손발이 차고 안색이 창백하며 영양상태가 나쁜 사람들의 원기회복에 아주 좋은 자양강장제 역할을 한다.
개장국을 구탕이라고 하는 이유는 예부터 식용으로 키우는 개를 색깔에 따라서 황구,백구라고 불러 이것을 가축으로 기르다가 필요할 때 음식으로 조리해 먹었기 때문이다.즉 먹는 개(구)와 키우는 개(견)를 명확하게 구분하였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논어'와 '소학'에 개고기를 제사음식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구려 벽화에도 개를 잡는 장면이 있어 이 음식의 역사가 무척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조선 시대의 '규합총서''동국세시기' 등의 여러 문헌에도 개고기 조리법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개장국은 우리의 전통음식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한반도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가축을 기르고 채소,향신료를 길러 기호에 맞는 고유한 음식문화를 발달시켜 왔다.이러한 음식을 두고 서양 사람들이 자기들의 문화적 잣대로 남의 음식을 폄하하는 것은 문화의 상대성도 모르는 획일적,우월적,오만적 태도와 행동이며 문화 제국주의적 발상이다.그런데도 자기 나라 음식도 제대로 모르고 온갖 이유를 들어 그들에 동조하는 우리의 문화 사대주의자들이 더 얄미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 부산일보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