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도 통증에 좋은 '홍어'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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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는 민물 새우젓인 토하와 함께 전라도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목구멍을 홧홧 달아오르게 하며 코끝까지 아리게 하는 특유의 향이 홍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홍어를 즐기는 방법과 효능들이 잘 나와 있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모양이 '흡사 바람에 너울대는 연잎과 같다'는 홍어를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을 해독하는 데 큰 효험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찬 성질의 홍어는 특히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날 때 먹으면 좋다. 또한 홍어 껍질은 뱀에 물린데 직접 쓰일 정도로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홍어국은 소변색이 혼탁한 남성이나 소변을 볼 때 요도가 아프고 이물질이 나오는 사람이 먹으면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홍어를 통째로 바싹 말려서 그대로 간장과 기름장에 찍어 먹었다. 지금은 홍어가 귀한 탓도 있지만 말리면 고기 양도 줄어 찜을 하거나 양념장에 무쳐 회로 먹는다. 홍어회는 살이 차지고 부드러워 홍어의 톡쏘는 맛을 꺼려하는 초보자에게 적당하다. 그러나 진짜 홍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진한 암모니아 냄새를 물씬 풍기는 '홍탁'이나 찜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삼베더미에 싼 홍어를 두엄이나 지푸라기 속에 삭힌 홍어는 호남 음식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아무에게나 그 맛을 허락하지 않아 잔칫상에서나 푸짐한 맛을 볼 수 있었을까.
홍어는 따뜻한 날은 2~3일, 추운 날에는 1주일 정도 삭힌다. 뻘밭에서 사는 홍어는 몸 안의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요소를 몸 안에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삭는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생성되면서 그 독특한 맛을 낸다.뚜껑을 열었을 때 눈이 매울 정도로 충분한 숙성과정을 거친 홍어를 마른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 부위별로 다듬어 놓고 특성에 따라 찜과 무침, 회, 탕 등 다양하게 조리를 한다. 특히 삭힌 홍어에서 꺼낸 내장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여간해선 상에 내지 않을 만큼 진귀한 음식으로 전한다. 잘 익힌 홍어는 묵은 김치처럼 오래 보관할수록 살이 단단해지고 싸한 맛이 더욱 깊어진다.
홍어를 말할 때 홍탁삼합을 빼놓을 수 없다. 홍탁삼합이란 즉 막걸리를 마실 때 돼지고기, 묵은 김치, 홍어회를 함께 먹는 것을 뜻한다. 잘 삭힌 홍어를 초장에 슬쩍 찍어 비계와 껍질이 적당히 붙어 있는 돼지고기 위에 얹고 배추김치를 젓가락으로 집어 다시 그 위에 올려놓으면 완성된다. 이때 시원한 막걸리를 곁들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것이다.
맛도 맛이지만,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잘 조화되어 완벽한 음식궁합을 자랑한다. 홍어 중에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콧잔등살과 잔뼈가 잘근잘근 씹히는 날개 부분, 고소한 창자 부위를 제일로 친다. 홍어는 흔히 겨울철에만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삭혀 먹기 때문에 여름철 별미로도 손색이 없다.
-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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