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강하에 '미나리'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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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 났어요∼.'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 '봄'의 한 소절에도 나오듯 미나리는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향채이다. 겨우내 단조롭던 식단에 싫증난 입맛을 돋우는 식품으로 냉이나 달래를 꼽는다면 미나리는 그 향긋한 내음만으로도 입맛을 충분히 당긴다.
3월의 세시음식인 '탕평채'에도 청포묵, 돼지고기, 김과 함께 미나리가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 고려 때는 미나리를 '근저'라고 해 미나리김치를 종묘 제상에도 올렸을 만큼 오래 전부터 사람들 입맛을 돋워온 음식이다. 그 독특한 향 덕분에 해물탕을 비롯한 각종 탕류의 비린내를 없애고 시원한 맛을 내는 데도 미나리 만한 향채가 없다. 특히 복어탕에는 미나리가 빠지지 않는데 이는 중금속 및 각종 독소를 해독하는 기능 때문이다.
재배채소로 가꾸는 물미나리는 개량종으로 연하고 줄기가 길어 상품성이 높지만 미나리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향기가 다소 덜하다. 반면 돌미나리는 줄기가 억세고 짧지만 본래의 향을 충분히 간직하여 이 맛을 아는 사람은 돌미나리만 찾게 된다.
보통 미나리는 비타민 A, B1, B2, C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을 뿐더러 단백질, 철분, 칼슘, 인 등 무기질까지 풍부한 고알칼리성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물미나리와 돌미나리는 몸에 작용하는 효능 측면에선 약간 다르다. 중국 의학서인 본초종신(本草從新)에 따르면 "물미나리는 열을 식혀주고 가슴이 답답하며 입이 마른 것을 치료할 뿐더러 황달을 없애면서 소변을 잘 보게 한다"고 적혀 있다.
반면 들미나리는 임파선염으로 귀나 턱 아래에 몽우리가 생기거나 어혈이 있어 소변이 뿌옇게 나올 때 주로 처방되는 한약재다. 돌미나리는 특히 혈압강하 작용이 뛰어나다. 뿌리는 버리고 즙을 낸 것에 꿀을 넣어 40cc씩 하루 3번 먹으면 고혈압의 자각증상을 줄이고 숙면을 취하게 한다. 또 돌미나리에는 자궁을 수축하는 작용이 있어 생리통과 냉대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미나리는 기능성 채소이기도 하다. 기관지와 폐에 쌓인 노폐물을 걸러주는 자정작용이 강해 대기오염에 대항하는 음식으로 제격인 미나리는 매연이 가득한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면 좋은 식품이다.
-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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