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회복에 '오미자'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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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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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같은 저장시설이 없던 옛날, 선조들은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났을까. 그 해답 중의 하나가 바로 ‘화채’이다. 다홍빛을 내는 오미자((五味子) 국물에 수박이나 배를 동동 띄운 화채는 아삭아삭 씹히는 과육과 새콤달콤한 국물이 어우러져 청량음료로 안성맞춤이다. 요즘 음료와 달리 시각과 맛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 격이 다르다. 화채의 주재료인 오미자는 갈증을 없애며 여름철 불청객인 땀과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오미자는 각종 유기산과 칼슘·비타민C·철·망간·인 등이 풍부해 피로회복제와 대중적인 보약재로 널리 쓰였다. 팥알보다 조금 작고 검붉은 빛을 내는 오미자는 이름처럼 5가지 맛을 지녔다. 껍질은 시고 과육은 달며 핵은 맵고 쓴 반면 전체적으로 짠맛이 나는 다채로움을 자랑한다. 이 다섯가지 맛은 미각뿐만 아니라 오장(五臟)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간장은 신맛, 폐는 매운맛, 심장은 쓴 맛에 그 기운이 고무된다. 또한 비장과 신장은 각각 단맛과 짠맛에 기운을 얻는다.
오미자의 과육은 사과산, 주석산 등 유기산이 많아 신맛이 강하다. 간장이 좋아하는 신맛은 ‘거두어 수렴하는’ 작용이 있다. 수렴이란 흩어진 기운을 몸의 중심으로 갈무리한다는 뜻이다. 여름이면 지나치게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체는 땀을 통해 열을 발산한다. 이때 몸의 열이 표피쪽으로 몰려 기운이 흩어지면서 중요 기관의 에너지가 모자라게 된다. 여름이면 부쩍 배탈과 피로가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미자는 흩어진 기운을 불러모음으로써 허약해진 기를 보강하고 무력증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오미자는 폐를 돕는 효능이 있어 밭은 기침이나 목이 쉰 데도 유용하다. 오미자의 시고 떫은 맛은 기관지를 수축하는 작용이 있어 만성기관지확장증 환자의 기침과 천식에 매우 잘 듣는다. 특히 공기가 탁한 환경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진해나 거담 해소에 효과적이다. 아이가 기침을 자주 할 때 오미자 우린 물을 꾸준히 먹여도 효험이 있다. 혈당치를 떨어뜨려 당뇨병 환자의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오미자에는 뇌파를 자극하는 성분이 있어 졸음을 쫓고 과로로 인한 기억력 감퇴에도 좋다. 밤샘 작업을 하는 직장인이나 운전자, 수험생의 건강음료로 손색이 없다. 그밖에 오미자는 정액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만 정신이 흥분상태이거나 위궤양, 고혈압 환자에게는 그다지 권장되는 식품이 아니다.
한편가정에서 오미자 화채를 만들 때는 오미자를 냉수에 하루 반쯤 재워 천천히 우려내는 것이 좋다. 뜨거운 물을 쓰면 빨리 우려낼 수는 있지만 신맛과 떫은 맛이 강해진다.
-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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