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탄력유지에 '도가니탕' - 음식이야기

- 홈지기 (114.♡.11.73)
- 10-09
- 417 회
- 0 건
가만히 있어도 몸에 땀이 절로 흐르는 계절이다. 냉방기에 의지해 보지만, 이는 오히려 신체리듬을 깨뜨릴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건강을 관리하기 가장 힘든 계절로 여름을 꼽는다. 이럴 때 보얗게 푹 우러난 도가니탕은 식욕을 돋우며 더위를 이기는 해법이 담긴 알짜음식이다.
옛날부터 장날이면 장터 골목에 밤새도록 푹 곤 곰탕을 솥째 내걸고 팔았다. 깍두기 국물로 간을 맞추며 먹는 그 맛은 장보기의 또다른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곰탕과는 달리, 도가니탕은 황소 한 마리에서 고작 4∼5인분 밖에 나오지 않아 귀한 음식으로 여겨왔다. 더구나 소는 농사짓는 데 없어선 안 될 재산목록 1호로, 그야말로 서민들에겐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도가니는 소의 무릎과 발목의 연골 주변을 감싸고 있는 특수한 부위다. 마치 하얀 기름덩이처럼 보이지만, 삶아 놓으면 투명한 젤라틴(아교)성분임을 알 수 있다. 쉬지 않고 운동을 반복하는 무릎과 발목의 접촉부위에서 완충작용과 마모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도가니는 혹한 속에서도 그 역할을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소는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요리에 쓰이는 도가니는 어느 나라 음식에서나 귀한 재료로 대접받는다.
인체는 늙을수록 혈관의 탄력성도 떨어지고 뼈의 진액 성분도 줄어든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탄력을 유지시키는 아교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몽글몽글한 기름 덩어리 같은 도가니는 기름기가 거의 없는 아교질의 정수다.
단백질, 필수아미노산은 물론, 칼슘과 철분, 황, 마그네슘, 칼륨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이처럼 영양성분은 풍부하면서 칼로리는 낮아 성인병의 위험이 없는 이상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정력식을 쫒는 남성들의 별미이자 강장식품으로 일컫는 곰 발바닥, 녹용, 자라, 오골계, 해구신 등과도 기본 성분이 흡사하다. 덕분에 중년 남성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도가니는 여성들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특히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거칠어지거나 혈색이 어둡고 내분비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섭취하면 적격이다.
말랑말랑한 살점은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면서도 쫀득쫀득해 씹는 맛을 더해준다. 역한 누린내도 나지 않으면서 진하고 고소한 탕국물은 목구멍에 넘기는 족족 몸 속으로 고루 흡수되는 듯 맛이 깊다.
도가니탕을 끓일 때는 우선 적당히 자른 도가니와 힘줄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뒤 본격적으로 삶기 전에 살짝 데쳐낸다. 이렇게 하면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없앨 수 있을 뿐더러 기름기를 빼내게 되어 더욱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 문화일보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