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해독에 '도토리묵' - 음식이야기

- 홈지기 (114.♡.11.73)
-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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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 기세가 남아 있긴 하지만 하늘이 높고 맑은 모양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이 맘때 산행길에서는 도토리 줍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다람쥐의 소중한 겨울 양식이기도 한 도토리는 먹을 것 없어 힙겹게 연명하던 시절, 서민들의 구황작물로 요긴하게 쓰였다. 기특하게도 도토리는 가뭄이 심할수록 더욱 풍성하게 열린다고 한다.
참나무라 통칭되는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과의 도토리는 한 나무에서 1만∼4만여개의 열매가 열릴 만큼 풍성한 면모를 보인다. 도토리묵은 우리나라에서만 유례를 찾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식품산업이 발전하면서 묵에도 인공 첨가물이 포함되어 자칫 전통의 맥이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
도토리 묵은 60% 이상 녹말로 이뤄졌고, 천연 타닌 성분을 6.6%정도 함유하고 있다. 도토리묵의 특징인 떫은 맛과 쓴 맛이 조화된 쌉싸르한 맛은 타닌 성분 때문이다. 떫은 맛이 강해 자연 상태로는 먹기가 힘들어 보통 물에 우려낸 뒤 가루로 만들어 묵이나 수제비 등으로 조리해 먹는다.
그러나 타닌에는 설사를 멎게 하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도토리는 성질이 따뜻해 속이 차면서 몸이 약한 소음인이 즐겨 먹으면 좋다. 열량이 낮아 체중조절과 비만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게다가 소화가 잘 되어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수험생이나 직장인 등에게 알맞은 음식이기도 하다. 당뇨를 개선하고, 위를 건강하게 하며 중금속을 해독하는 효과는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익히 나와 있다.
또 입 안이 헐고,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날 때 도토리를 먹으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감기 후유증으로 목이 아프고 침을 삼키기 거북할때도 효과를 발휘한다.
화상을 입은 자리에 도토리 가루를 바르면 통증이 사라지고 빨리 아무는 응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도토리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그 여파로 도토리 가격이 올라 일부 생산업체에서 도토리 대신 옥수수 전분으로 도토리묵을 만들다가 적발되기도 하였다.
건강에 좋은 어떤 음식이든 몇번 먹었다고 하여 금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효능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자제하고, 순수한 기호식품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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