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 지혈 작용 '연근'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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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 때 어느 대관 집 부엌에서 일어난 일. 찬모가 선짓국을 끓이다가 그만 실수로 국에 연근을 빠뜨리고 말았는데, 아무리 끓여도 선지(피)가 엉기지 않고, 흩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이후 연뿌리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혈액질환을 치료하는 데 주요 약재로 널리 쓰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율곡 선생은 16세때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여의고 오랫동안 실의에 빠져 지내다가 건강이 몹시 나빠졌다. 기록에 의하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 그의 건강을 추스르게 한 것도 바로 연뿌리 죽이었다고 한다.
고서에 보면 ‘연근은 어혈을 풀고, 신선한 피를 생기게 하여 산후에 처방하면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또 입 안이나 코에서 피가 나는 것을 멈추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또한 ‘쇠해진 기력을 금세 회복시키며 꾸준히 섭취하면 몸이 거뜬해지고, 배고픔도 잊는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연근은 먹거리뿐 아니라 귀중한 약재로도 사용되었다. 무엇보다 연근에 들어있는 녹말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어 체내에서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속이 든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식이 섬유소도 많아 장벽을 자극하여 만성변비를 예방하는 효능도 뛰어나다.
그런가 하면 나트륨의 배설작용과 더불어 칼륨이 풍부하여 혈압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비타민 C가 레몬 1개와 맞먹을 양만큼이나 많다. 특히 연근에 들어있는 비타민 C는 녹말에 싸여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연근을 얇게 자르면 가는 실과 같은 모양의 끈끈한 물질이 서로 엉겨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바로 세포의 주성분인 단백질의 소화를 촉진하여 체내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는 ‘뮤신(mucin)’이란 물질 때문이다.
또한 연근은 철분과 함께 지혈효과가 뛰어난 탄닌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치질이나 궤양 등으로 인해 생기는 출혈을 억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이런 탄닌의 해독작용과 뮤신의 위벽 보호기능이 맞물려 숙취를 해독하는 데도 기여한다.
흔히 연근은 조림 등 반찬으로 먹지만 강판에 갈아 2~3배 되는 양의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 약성의 효과를 훨씬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거나 만성 설사에 시달리는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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