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소화제 '무'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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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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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지난 요즘 가정에서는 김장 준비로 한창 바쁘다. 포장김치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김치에 양념을 비롯한 갖가지 야채와 젓갈류를 듬뿍 넣은 겨울 김치 특유의 맛을 낼 수는 없다. 김장 재료의 핵심인 가을 무는 영양성분이 충실하며 매운맛이 적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에는 소화 효소가 많아서 천연 소화제로서 손색이 없다. 전분 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를 비롯, 몸 속의 해로운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카탈라아제 등의 효소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따라서 국수나 보리밥을 먹고 체했을 때 생무를 먹던 우리네 식습관은 매우 과학적이었음을 말해준다. 또 수제비를 만들 때 무를 갈아 함께 반죽하면 배부르게 먹어도 체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나, 모밀국수를 먹을 때 양념장에 무를 갈아넣는 것도 다 같은 이치이다.
특히 무는 기침이 심할 때 먹으면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다름아닌 수분과 비타민C 덕분이다. 무씨에는 이런 약효가 많아 한약재로도 널리 쓰인다. 기침을 멎게 하기 위해 무를 먹어야 한다면 조리해 먹는 것보다 무 생즙을 내어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무즙을 낸 뒤 물과 즙을 1 대 2 비율로 섞어 마시면 된다. 무 생즙은 소화를 촉진시키며 해독·거담작용이 뛰어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평소 목이 간질거리고 잦은 기침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무를 깍두기처럼 썬 뒤 병에 담아 꿀이나 조청을 부어 2~3일 지나 괸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그 밖에 무는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도 한 몫을 한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연상하면 된다.
무청도 뿌리 못지않게 영양가가 우수하다. 무청에는 비타민A를 비롯해 비타민C, 비타민B₁등이 많고 칼슘 함유량도 많다. 식이섬유도 많아 변비를 해소시키는 데도 그만이다.
또 무는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화상이나 타박상으로 환부가 심하게 부어올랐을 때 생무즙을 붙이면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다.
무를 손질할 때는 되도록 무껍질을 깎아내지 말고 겉을 깨끗이 씻도록 한다. 껍질에 비타민C가 2배나 더 많기 때문이다. 흔히 생무를 먹고는 트림을 해야 된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무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 유황화합물 때문이다.
그 밖에 무를 고를 때는 무청에 묻은 흙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모래가 묻은 것보다는 진흙이 묻은 무가 훨씬 당도가 높다.
-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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