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을 편하게 하는 '늙은 호박'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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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 ‘뒤로 호박씨 깐다’ ‘호박씨 까서 한 입에 털어 넣는다’ ‘소경 제 호박 따먹듯 한다’. 호박은 콩과 더불어 우리 옛 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먹을거리 중에 하나이다.
신데렐라가 파티를 갈 때 타고 간 마차도 호박이 마법으로 변한 것이니, 서구에서도 호박은 꽤나 친숙했던 모양이다.
짙은 녹색의 마디호박이나 엷은 녹색의 조선호박은 주로 볶거나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서 반찬으로, 늙은 호박은 떡이나 죽, 엿으로 이용하였다. 파랗고 빨간 밤호박과 약호박은 서양호박으로 당도가 높아서 통째로 쪄서 간식으로 먹을 수 있어 최근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색색의 호박은 종류와 용도도 다양하기만 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이 골고루 들어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산후 진통을 낫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호박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불면증 등에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겨울에는 신선한 호박을 구하기 힘들므로, 저장성이 뛰어난 늙은 호박이 제격이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일부 지방에서는 팥 대신 늙은 호박을 삶아 먹는 풍습이 있기도 했다. 당분의 소화흡수가 잘되어 간단한 아침식사나 새참으로 적당하다.
예부터 아기를 낳고 나서 늙은 호박을 먹으면 부기가 쉬 빠진다고 했다. 또 부인병과 빈혈,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늙은 호박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유용하다. 바로 늙은 호박에 풍부한 셀레늄 때문.
셀레늄이 부족하면 전립선염이 생길 확률이 4~5배 이상 높아지고, 남성 불임증도 유발될 수 있다. 셀레늄을 충분히 섭취하면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는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소 연구발표도 있다. 그밖에 심장병, 관절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가 하면 β-카로틴과 비타민 E가 셀레늄과 균형을 이뤄 각각의 항산화작용에 시너지 효과를 더한다. 맛있고 영양 가치가 높은 호박은 껍질에 윤기가 나고, 속이 꽉 차 묵직하다.
늙은 호박은 커서 잘라서 파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는 단면이 노랗고, 호박씨가 큰 것을 고른다. 특히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일수록 카로티노이드 성분의 함량이 높아진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당근, 고구마와 함께 하루 반컵 정도 늙은 호박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폐암의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황금색을 내는 색소 루테인은 암예방에 지대한 공헌을 하며 중년 이후 시력보호를 위한 영양제도 된다.
또 혈액 속에 카로티노이드가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심장병의 발생 위험이 36%나 낮아진다. 카로티노이드는 지용성이므로, 그냥 죽을 끓여먹기 보다 기름에 살짝 볶아 먹거나, 삶아서 으깨 멥쌀 가루에 섞어 전을 부쳐 먹기를 권한다.
호박은 빛에 약하므로 보관할 때는 가급적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다. 호박에는 비타민C를 파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익혀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이 효소는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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