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과 국물 - 음식이야기

- 홈지기 (114.♡.11.73)
-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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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을 주식으로 밥을 즐겨 먹는다.또한 그들도 밥을 먹기 위해 여러가지 국물을 곁들여서 식사를 한다.따라서 세 나라가 모두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비슷하다. 우리 숟가락에 담긴 의미를 알기 위해 우선 세 나라의 젓가락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것이 가장 짧으며,중국 것이 가장 길고,일본 것이 중간 형태를 보이고 있다.
왜 우리 젓가락이 가장 짧은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우리의 식사방법이 중국 일본에 비해 젓가락을 덜 사용하고 숟가락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숟가락 사용을 보면 일본은 그 사용빈도가 떨어져 국물을 마실 때도 국그릇에 입을 대고 훌훌 들이마시는 반면에 중국은 짧은 것을 쓰기는 하지만 그 용도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거기에 비해서 우리 숟가락은 젓가락과 연합하여 온 밥상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들고 있다.그렇다면 숟가락 사용빈도가 높은 이유는 바로 '우리네 밥상'에 있지 않을까.
우리 음식은 밥에는 항상 국이 따라야 하고,반찬에도 국물이 곁들여져 있는 것이 대다수다.젓가락만으로는 그 진수를 다 맛보기 어렵다.
반찬을 보아도 국물이 없는 것은 일부 나물류와 건어류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갈비찜을,김치를 먹으면서도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음식이 떨어지면 그릇에 남은 국물을 즐겨 먹으며 그래야 잘 먹는 것 같은 국물 있는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이런 음식 문화가 바로 숟가락의 문화인 것이다.그래서 '국물도 없다'의 의미를 맛의 진수인 국물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단순한 억측만은 아닐 듯싶다.
이렇게 국물의 음식 문화가 판을 치는 우리 음식에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국물의 적절한 온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화력이다.겨울과 봄철에 등산을 하다보면 산불감시원이 등산객들의 가방을 뒤져 버너를 적발하는 것을 본다.산불 방지를 위해서는 옳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국물의 음식문화' 측면에서 보면 좀 박정하다는 생각이다.등산객이 버너를 가지고 가는 것은 우리 음식문화대로 따끈한 국물을 먹기 위함이다.오히려 등산로 중간 중간에 방화선을 고려한 취사장과 피크닉장을 설치하는 것이 우리의 숟가락.국물의 음식문화에 더 적절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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