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이름 유감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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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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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동행했던 한 요리전문가가 북한에서 먹어본 '골동반(骨董飯)'을 신문지면에 '궁중골동비빔밥'으로 소개했다.이 '궁중골동비빔밥'이란 이름은 북한 요리 이름을 따온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요리를 소개한 분이 자의로 붙인 이름같다.
그러나 일부에서 중국의 '골동반'을 근거로 '비빔밥'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정설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골동반'과 '비빔밥'이란 이름을 붙여서 우리의 전통 비빔밥을 소개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그 이유는 우선 중국의 '골동반'과 우리의 '비빔밥'은 조리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골동반'은 우리의 돌솥밥처럼 쌀을 비롯한 각종 재료를 같이 넣고 조리한 후 비벼먹는 것이고 우리의 '비빔밥'은 밥이나 각종 비빌 재료들을 단일 찬품으로 조리한 뒤 한 그릇에 모두 넣어 비비는 것이다.
또한 맛있는 통배추 잎 사이 사이에 낙지,복어,전복,굴,돼지고기 등과 느타리버섯,밤,잣,무채,고춧가루 등으로 버무린 양념과 고명을 넣은 맛깔스러운 '보쌈김치' 역시 언제 누구에 의해 불려진 이름인지는 몰라도 요리이름으로 부르기에는 마땅치가 않다.원래 이 김치는 개성의 배춧잎이 넓은 보(褓)배추를 이용해 담은 김치를 말한다.그래서 '보김치'라고 불렀고 양념과 고명을 잎으로 싼다 해서 '쌈김치'라 불렀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보쌈김치'로 불려지지 않았나 추측된다.
그런데 '보쌈'이란 '옛날에 양반집 딸이 두 남편을 섬겨야 할 사주팔자를 타고 났을 경우 팔자땜을 하기 위해 외간 남자를 보자기에 싸서 붙잡아다가 딸과 하룻밤 동침케 한 뒤 죽이는' 패륜적인 악습을 말한다.이런 끔찍한 습속에서 유래한 명칭을 본디의 좋은 요리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명해 부르는 것은 마땅치 않다.
언제부터인가 국어사전에조차 이 요리 이름을 '보쌈김치'로 수록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물론 사람이나 동물의 가슴 양쪽뼈를 '갈비'라 했고 소나 돼지를 도살해 추출해 낸 가슴뼈를 '가리'라 부르다가 1939년 서울 낙원동 냉면집 주인이 최초로 도살한 소의 가슴뼈를 구이한 '가리구이'요리를 선보이면서 메뉴판에 '갈비구이'로 적어 통용했고 이것이 국어사전 개정 때 반영돼 일반화된 사례도 있다.
기장의 '멸치회',남해의 '갈치회' 역시 잘못 붙여진 이름이다.멸치나 갈치 등 날생선을 먹기 좋게 회를 떠 초장 등에 찍어 먹는 것을 회(膾)라 하고 갖은 채소와 양념으로 멸치나 갈치 등 날생선을 무친 것은 회무침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이 음식생활문화의 바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깝다.
-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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