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蓮)음식과 하(荷)음식 -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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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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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안이나 집 가까이에 있는 못을 우리는 보통 연못이라고 부른다.옛날에는 못에 연을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활짝 핀 연꽃의 모습이 아릅답기도 하지만 못을 온통 뒤덮는 초록빛 연엽(蓮葉)은 꽃이 없어도 아름답다.결백 신비 청정 꿈 순수 장수 번영 불사(不死)의 꽃말이 말해주듯 그 의미가 다양하며 기품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쉽게도 연(蓮)과 하(荷)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연'은 수면 위에 잎이 떠 있고 꽃 줄기가 수면에서 약간 솟아 있는 것으로 '수련'이라고도 하며 그 꽃을 '연화'라고 한다.연근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고 연과 비슷하기는 하나 물 위에 줄기가 높이 솟고 잎과 꽃잎이 큰 것을 '하'라고 하며 그 꽃을 일컬어 '하화'라고 한다.
우리가 연근이라고 먹는 것은 엄밀히 연근이 아니라 하근이며 이 하근은 '우(藕)'라고 부르기도 한다.바로 이 하근으로 정과 조림 김치 튀김 밥을 해 먹을 수가 있으며 연엽과 연화를 이용해서 술 식혜 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특히 연엽은 술을 빚는 귀한 재료로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는 도구로도 사용되었는데 술독에 누룩가루를 술밥에 비벼 연잎을 깔며 넣는 것을 켜켜로 되풀이해 담기도 하지만 옛날 선비들은 누룩과 술밥을 넓은 연엽에 싸서 오므린 다음 7~8월의 뙤약볕에 하루쯤 두었다가 발효되면 삼베에 넣고 짜내는 즉석 연엽주를 빚어 마시기도 했다.
줄기와 연결된 연잎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연줄기 끝부분에 입을 갖다 댄 후 연엽에 연엽주를 부어 빨면 연향이 어우러진 시원한 술맛이 여느 명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이를 두고 연벽홍주라 하는데 이 연벽홍주는 선비들이 연못에 배를 띄우고 배 위에서 풍류를 즐기며 마시던 술이다.연엽식혜 역시 밥과 엿기름 가루를 연잎에 싸서 대접에 넣고 햇볕에 하루를 두어 삭으면 차갑게 해 마시는데 연향 밴 식혜의 맛이 여름 더위를 말끔히 씻어준다.
한편 연차는 중국 청나라때 심복(沈復)이라는 사람의 부인 운(芸)이라는 여인이 활짝 핀 연꽃이 오므라들기 전에 차를 주머니에 담아 연꽃 안에 넣은 뒤 이튿날 아침 연꽃이 활짝 필 때 차 봉지를 꺼내고 연차를 우려 남편에게 좋은 차를 맛보게 한 데서부터 제다법이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
이 연차는 맛과 향이 심산 계곡 녹색 차밭에 피어오르는 운무와 같이 청량한 미향을 지니고 있어 부처님 공양을 위한 헌다용으로 쓰이기도 하고 궁중에서도 즐겨 마시던 귀한 차였다.그러나 지금은 못 자체가 많이 없어진 데다 못이 있다고 해도 연이 심긴 연못 역시 흔치가 않다.선비들의 풍류가 담긴 연엽주 연식혜 연차와 연밥 등 연 음식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 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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