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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와 오이의 궁합 - 약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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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학 재학시절에 후배가 와서 책을 펴들며,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이 다 약인데, 왜 책에는 '솔'이 빠져있느냐고 묻는다.

전라도에서는 '솔'이라 하고,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고 한다. 표준말은 '부추'이니 책에는 '솔'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한문으로는 구채( 菜)라고 쓰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한글로 '부채(부 ㅣ)'라고 써있다. 이것을 보면, '솔'보다는 표준말인 '부추'가 아무래도 전래의 우리말 발음에 가까웠던 것 같다. 부추의 씨는 '구채자( 菜子)'라고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구채자( 菜子)'를 가리켜, '성질이 따뜻하고(性暖), 꿈을 꾸며 정액이 배출되는 것과 소변이 부옇게 나가는 것을 주로 치료하며(主夢泄精尿白),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고(暖腰膝), 양도를 북돋우며(壯陽道), 정액이 흘러나가는 것을 고친다(療滑精)'라고 하였다.


일찍이 부추의 씨는 강장제로도 사용하였으니, 질경이씨(車前子)나 복분자딸기(覆盆子), 삼지구엽초(淫羊藿) 등과 함께 옛어른들이 주변에서 흔하게 구해서 복용할 수 있는 보신약재였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부추의 뿌리가 엄동설한에도 얼어죽지 않고, 버티다가 이른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나는 것을 가리켜, 그 성질이 매우 따뜻하여 채소 중에 으뜸이라고 했다.


전해져오는 민담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 사나이에게 친한 친구가 놀러와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내가 술상을 들여와서 친구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데, 안주로 오이와 부추가 올라왔다. 친구는 오이를 손도 대지 않고 부추만을 골라먹는다.


이유를 묻자, 오이는 양기(陽氣)를 깎아내고, 부추는 양기(陽氣)를 북돋운다고 하였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다가, 막걸리가 떨어져서 아내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아내는 간데가 없고, 어린 막내아들만 토방에서 놀고 있다. 아들에게 "엄마가 어디갔느냐"고 묻자, "재 너머 오이밭을 갈아엎고, 부추를 심으신다고 나가셨어요"라고 대답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민간에서는 오이가 양기를 깎아낸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오이가 양기를 손상시킨다는 근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오이의 꼭지는 약간의 독성(毒性)이 있어서, 최토작용(催吐作用)을 가져올 수 있으며, 오이의 찬 성질로 인해서 몸이 냉한 사람은 다소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이는 예로부터 호과(胡瓜) 또는 황과(黃瓜)라고 불렸는데, 오이가 나이를 먹어 오래되면 색이 누렇게 변하므로 황과(黃瓜)라고도 부른다는 설명이 동의보감에 나와있다.


이처럼 성질이 차고 냉한 오이를 "잘 먹기 위해서"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어머니들이 오이소박이를 만들 때에는 오이를 십자로 썰어넣고, 여러 가지 양념과 마늘을 넣고 고춧가루를 버무려 부추와 함께 넣는다.


오이의 차고 냉한 성질을 고춧가루와 마늘, 그리고 부추로서 다스리고 올려주어 덜 차도록 만든 것이다. 밥상위에 올라오는 반찬 하나하나까지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고, 우리 몸까지 생각한 조상들의 배려와 지혜...!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상들이 체득하고 물려준 음식궁합이 아닐까?


- 전북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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