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와 강황(薑黃)이야기 - 약초이야기

-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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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버스터미널 뒤에 있는 시장에 한 약장사가 들어왔다. 사람 몇 명이 모여서 구경하고 있는데, 약장사는 노란 색깔의 둥글고 조그마한 식물 뿌리를 보이며 계속 설명을 하고 있다.
약장사는 질병의 원인은 체내에 존재하는 노폐물 때문이며, 이 찌꺼기를 청소해주지 않으면, 고혈압, 중풍, 심장병 등의 가지가지 질병이 모두 발생된다는 이론을 편다. 그리고 그 노폐물을 없애는데 이 약을 써야 한다며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는 약재가 얼마나 노폐물을 빨아들여 없애는지를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먹을 갈아놓고, 인삼, 당귀, 등등의 한약재를 꺼내어 그 약재로 먹물이 묻은 접시를 닦아 보인다.
인삼, 당귀는 먹물을 제거하는데는 별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문제의 그 노란 약재는 기가 막히게 접시에 묻은 먹물을 닦아낸다. 이 광경을 보여주며 약장사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이 약재의 놀라운 노폐물 제거 효과를 보시라! 인삼 녹용은 저리가라! 이 약이야말로 우리의 피를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약"이라며 소리를 높인다. 약장사의 말은 어찌나 청산유수든지 필자도 하마터면 그 약을 한 봉지 살 뻔했다.
약장사가 팔던 약은 바로 강황(薑黃)이다. 만병통치의 약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어혈제거와 진통의 효과가 있는 약재이다.
약성가(藥性歌)에서는 강황은 맛이 맵고(薑黃味辛) 능히 어혈을 풀어해치며(能破血), 악창을 없애고, 기운을 내려가게 하며, 배에 딴딴히 맺힌 것을 풀어준다(消癰下氣心腹結)라고 하였다. 기병(氣病)을 치료하는 약에 속하며, 어느정도 소화를 돕는 작용도 있다.
강황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한 독자들도 카레의 색깔이 바로 강황 색깔이라는 것을 안다면 바로 짐작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카레에는 바로 이 강황이 들어간다.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레 특유의 냄새와 매운 맛을 무척 좋아한다. 카레의 원산지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인도라고 대답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카레의 원 발음인 kari는 인도 남부지방의 타밀어(Tamil語)로 '국물'을 뜻한다. 16세기 초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인도에 왔을 때, 사람들이 먹는 국을 가리키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사람들이 "국물(kari)이다."라고 대답한 것이, 고유명사가 되었고, 이 요리가 1700년대 영국으로 넘어오며 '커리(curry)'가 되었다고 일본학자 '쓰지하라 야스오'는 말한다.
마치, 처음 오스트레이리아에 도착한 쿡(James Cook) 선장의 부하들이 긴 꼬리에 두발로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신기한 동물을 보고, 원주민들에게 저 동물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모르겠다(Kangaroo)" 라고 대답한 것이 오늘날 캥거루의 이름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흡사하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카레 요리는 인도식도, 영국식도 아닌 일본식 카레이다. 1859년에 영국을 거쳐 다시 일본에 일찌감치 상륙한 카레는 곧 카레라이스로 만들어져 일본 메이지 시대에 불기 시작한 덥밥의 유행을 따라서 널리 퍼졌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카레요리만을 취급하는 카레 전문점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같은 여름철에 시원한 냉면도 좋지만, 점심을 매콤한 카레로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전북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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