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목련-비염과 축녹증의 명약 - 약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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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라고 하면 중국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 정원에 흔히 심는 백목련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목련에는 역시 중국에서 들어온 자주색 꽃이 피는 자목련이 있고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목련이 있으며 북미에서 들어온 태산목도 목련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이들 외국에서 들어온 목련보다 꽃도 훨씬 아름답고 수형도 수려하며 향기도 좋은 목련이 제주도의 한라산에 자생하고 있으며 산목련은 아무 산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으나 사람들한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목련은 제주도 한라산의 개미목 부근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처음 발견되었다. 잎지는 큰키나무로 키는 20미터까지 자라고 직경은 1미터까지 자란다. 제주도에서 자라는 목련은 백목련보다 꽃도 더 크고 향기도 진하며 백목련보다 꽃이 보름쯤 먼저 핀다. 백목련은 꽃잎이 여섯 장이고 석 장의 꽃받침과 꽃잎의 길이가 거의 같고 색깔이나 모양이 비슷하지만 목련은 꽃잎이 여섯 장에서 아홉 장이고 꽃잎이 꽃받침보다 크고 밑 부분 겉에 연한 붉은 빛의 줄이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묘목을 파는 가게에 가서 목련을 찾으면 모두 중국에서 들어온 백목련을 준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진짜 목련은 고부시목련 또는 고부시라고 해야 통한다. 고부시는 일본말로 주먹이라는 뜻인데 열매 모양이 주먹을 닮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목련은 일본에도 많이 자라고 있으므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세계에 소개한 까닭에 고부시라는 이름이 학명으로 고정되어 버린 것이다.
중국 명나라 때 한 선비가 있었다. 그는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콧병이 생겼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며 피도 나고 냄새를 맡지 못했다. 고통이 심해서 날마다 이름난 의원을 찾아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으나 아무 효과가 없었다. 코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서 부인이나 가족들도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부담을 줄 바에야 살아서 무엇을 하겠는가. 차라리 죽어 버리자. 그는 인생이 아무 의미가 없어 자살을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의 친한 친구가 그를 찾아와서 위로했다. 기운을 내게. 세상은 아주 넓어. 여기서는 못 고치지만 다른 지방에 가 보면 좋은 의원을 만날 수 있을 걸세.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풍물을 보고 좋은 치료약을 구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선비는 집을 떠나 각지를 유람했다. 가는 곳마다 명의를 찾아다니면서 콧병 치료를 받아 보았으나 아무도 고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는 변방의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에 이르렀다. 그는 그 마을의 의원을 찾아가서 진료를 부탁했다. 그 마을의 의원은 자세하게 진찰을 한 뒤에 약을 지어 주었다. 약봉지를 열어 보니 자기 고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란화의 꽃봉오리를 말린 것이었다. 그는 의원이 시키는 대로 그 꽃봉오리를 물로 달여서 보름동안 마셨더니 정신이 맑아지고 머리가 시원해졌으며 콧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선비는 병이 나아 집으로 돌아와서 옥란화 꽃봉오리를 따서 말려서 자기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한테 주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대부분이 신통한 효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약초의 이름을 변방의 의원한테 물어보지 않아서 이름을 몰랐다. 한참 생각한 끝에 그는 자신이 병이 나은 해가 신해(辛亥)년이고 변방의 오랑캐 족한테서 병을 고쳤다고 하여 매울 신(辛)자에 오랑캐 이(夷)자를 써서 신이(辛夷)라고 지었다.
산목련을 흔히 함박꽃나무라고 부른다. 꽃 모양이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작약, 곧 함박꽃과 너무 비슷하여 나무에 피는 함박꽃이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함박꽃나무와 목련(木蓮)은 식물학적으로도 한 식구이고 꽃이나 잎 모양이 매우 닮았으나 산목련은 깊은 산 속에 자라고 목련, 백목련, 자목련 등은 정원에 흔히 심어 가꾸는 점이 다르다. 목련은 이름이 많다. 목련이라는 본디 이름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으로 불교를 상징하는 꽃 가운데 하나이다. 이 밖에 꽃봉오리가 맺힌 모양이 붓을 닮았다고 하여 목필이라고 불렀고, 또 꽃봉오리들이 모두 북향을 바라본다고 하여 북향화라고도 했으며, 꽃이 옥돌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하여 옥수(玉樹)라고도 불렀고, 꽃잎 한조각 한 조각이 향기의 덩어리라고 하여 향린(香鱗)이라고도 했다. 한 나무 가득 꽃송이가 달리면 마치 옥돌로 된 산을 바라보는 듯하다고 하여 망여옥산(望如玉山)이라고도 하고, 눈이 내리고 있는데도 봄을 부른다고 하여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고도 했으며, 난초처럼 아름다운 나무라고 하여 목란(木蘭)이라고도 불렀고, 꽃은 옥과 같고 향기는 난초처럼 그윽하다 하여 옥란(玉蘭)으로 부르기도 했다.
목련은 우리 선조들이 집 가까이나 정원에 심어두고 꽃도 보고 약으로도 즐겨 쓰던 나무다. 목련꽃이 피는 모양을 보고 한 해 농사를 점치는 지표목으로 삼기도 했다. 곧 목련꽃이 피기 시작하면 못자리를 시작하고 꽃이 아래를 향하여 피면 비가 많이 오고 위를 향하여 피면 날씨가 맑아질 것이라고 하여 일기를 점쳤다. 꽃이 위를 향해 오래 피어 있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어 풍년이 들 것으로 보았고 반대로 아래를 향해 피었다가 빨리 시들면 흉년이 들 것으로 생각했다. 목련나무는 쉽게 잘 부러진다. 그리고 부러진 가지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묵은 가지일수록 그 향기가 진하며 목련나무를 태우면 은은한 향기가 사방에 진동한다. 우리 선조들은 장마철에 집 안에 습기가 많고 곰팡이가 필 때에는 목련나무를 태워서 나쁜 냄새와 습기를 내보냈다. 도한 목련나무를 불에 태우면 그 향기 때문에 병마가 도망가는 것으로 믿었다. 그런 까닭에 집집마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목련나무 장작을 준비하곤 했다고 한다.
산목련을 불교에서는 용화수(龍花樹)라고 부른다. 하얗게 피는 꽃송이 한가운데 있는 수술 모양과 가을에 익는 열매 모양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고 불교의 이상세계인 용화세계(龍華世界)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목련 꽃봉오리를 신이(辛夷)라고 하여 약으로 쓴다. 신이라는 이름은 약간 매운 맛이 난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콧병에는 신이가 최고의 약으로 알려져 있으며 씨, 뿌리, 나무껍질, 잎 등을 모두 약으로 쓴다.
신이는 꽃봉오리가 맺힌 것을 따서 불로 말려서 쓴다. 꽃이 완전히 핀 것은 효과가 적고 시들어 떨어진 것도 효과가 적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듯하며 독이 없다. 폐와 위에 주로 들어간다. 풍사를 통하게 하고 막힌 것을 뚫어주는 효능이 있다. 두통, 축농증, 코가 막히는 것, 치통을 낫게 한다. 오장의 한열(寒熱)과 풍사(風邪)를 없애고 머리를 맑게 하며 얼굴에 난 기미, 주근깨를 치료한다. 중초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풀어주며 구규(九竅)를 뚫어주며 코가 막힌 것을 통하게 하며 콧물이 나오게 한다. 얼굴이 부으면서 생긴 치통, 차나 배를 탄 것처럼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 수염과 머리카락을 나게 하며 촌충을 죽여 없앤다.
크림으로 만들어 얼굴에 바르면 기미나 주근깨, 여드름이 없어지고 얼굴에 매끄럽게 되어 빛이 난다. 도한 눈을 밝게 하고 추위로 몸이 오싹오싹 하는 증상을 낫게 하며 종기로 인해 열이 나고 가려운 증상을 없앤다. 폐의 열을 내리고 상기증을 낫게 하며 기의 순환을 잘 되게 하고 종기를 낫게 한다.
새 기와 위에서 가루 내어 콧속에 넣으면 축농증을 낫게 하고 한기로 인한 얼굴의 통증과 마비를 치료한다. 말려 가루 내어 따듯한 술과 함께 먹으면 위가 아픈 것과 한랭으로 인하여 소화가 되지 않고 자주 체하는 것을 치료한다. 축농증, 코막힘, 콧물, 콧속의 염증 등 모든 종류의 콧병에는 목련꽃을 말린 가루에 사향을 약간 넣고 파흰밑을 말려 가루 낸 것을 약간 묻혀서 콧속에 자주 넣으면 잘 낫는다. 목에 생선가시가 걸렸을 때 목련꽃봉오리를 물로 달여서 마시면 곧 내려간다.
목련껍질은 맛이 쓰고 성질은 차다. 술로 인한 여러 질병을 치료하고 음부습진, 부종, 종기, 여러 피부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시력과 청력을 좋게 하며 나쁜 냄새를 없애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요통, 두통, 인후염, 비염, 축농증 등에도 매우 효과가 좋다.
술로 인한 모든 병, 곧 황달(酒疸), 가슴이 답답하고 괴롭거나 소변이 누렇게 나올 때에는 황기 80그램, 목련나무껍질 40그램을 곱게 가루 내어 한 숟갈씩 하루 3번 빈속에 먹는다. 얼굴에 생긴 피부병에는 목련껍질 600그램을 잘게 썰어서 3년 묵은 간장에 100일 동안 담갔다가 햇볕에 말려서 곱게 가루 낸다. 이것을 하루 3번 한 번에 한 숟갈씩 먹는다.
목련꽃봉오리는 여러 가지 균을 죽이고 혈압을 낮추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자궁을 흥분시키고 자궁수축을 강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신이(산목련, 목련꽃봉오리) 50그램을 짓찧어 알코올에 3일 동안 담가두었다가 거른다. 이것을 약한 불로 졸여 걸쭉해진 다음 바셀린 100그램을 넣고 고루 섞어서 연고가 되게 한다. 이 연고를 약솜심지에 묻혀서 코 안에 2-3시간 넣어 두었다가 빼낸다. 하루 1번 또는 하루 걸러 한 번씩 10일 동안 한다. 90퍼센트 이상이 낫거나 효과를 본다.
도꼬마리씨, 신이(산목련 꽃봉오리) 각 6-12그램, 백지 3-6그램, 황금 9-12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먹으면서 하루 3-4번 코에 한 번에 2-3방울씩 넣어 준다. 또는 위의 약들을 진하게 졸여서 꿀을 섞어서 한번에 30-50밀리리터씩 하루 3-4번 먹는다. 매우 잘 낫는다.
껍질을 쓸 때는 속껍질만을 그늘에서 말려 곱게 가루 내어 먹는다. 하루 3번 밥숟갈로 하나씩 하루 3번 먹는다. 틀림없이 좋은 효과를 본다. 꽃이 활짝 피기 전의 꽃망울과 잔뿌리를 각각 20그램씩 물로 달여서 마시면 축농증과 비염에 매우 신통한 효험이 있다. 꽃봉오리와 뿌리를 진하게 달인 물을 콧속에 넣을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붓처럼 생긴 꽃봉오리를 콧속에 끼워 두는 방법도 있다.
오래 복용하면 편도선염이나 갑상선염, 인후염, 기관지염 등에도 좋은 효험이 있으며 머리가 맑아지고 목소리가 아름다워지며 살결이 백옥처럼 고와진다. 기미나 주근깨를 없애려면 꽃망울을 채취하여 45도 이상 되는 증류주에 담가 우려 내어 얼굴에 바르거나 곱게 가루 내어 바셀린이나 식물성 기름에 개어 얼굴에 하루 한두 번씩 바르고 마사지를 한다. 20-30일 동안 얼굴에 바르면 기미 주근깨 같은 것들이 없어지고 살결이 고와지며 윤이 난다. 산목련은 살결을 곱게 하는데 으뜸가는 약초이다.
- 한국토종야생산야초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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