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알아야 건강이 보인다 - 질환과정보

-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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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약
감기약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이 세상에 감기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기를 일으키는 수백 가지도 넘는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약이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감기약이라는 이름을 달고 약국에서 팔리고 있는 약들은 다 무엇일까? 그것들은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콧물, 기침, 가래, 두통 등의 증상들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약일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감기에 따른 제반 증상들을 누그러트려서 감기를 참고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뿐 감기를 뿌리째 뽑아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감기를 낫게 하는 것은 약 때문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기능이 회복되어 감기 바이러스를 몰아낸 덕이다.
감기약 중에는‘감기를 초기에 확실하게 잡아준다’고 광고하는 것이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과대광고일 뿐이다. 감기 바이러스를 몰아내지도 못하는 약이 도대체 무슨 수로 감기를 초기에 잡아주겠는가? 감기약을 아무리 일찍 먹는다고 해도 감기를 빨리 낫게 하는 효과는 눈곱만큼도 없다. 감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약이 아니라 면역기능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일 뿐.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이 조금만 안 좋다 싶으면 바로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는다. 과연 옳은 선택일까? ‘많이 아플 때는 병원, 참을 만할 때는 약국’이란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으므로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고 말 정도면 그만큼 감기 증상이 지독하지 않다는 뜻일 터. 천문호 건강공동체 연수원장은 이럴 때에는 약을 먹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약물만능사회인 것 같습니다. 약이란 것은 다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을 때 최종적으로 동원하는 수단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이 안 좋은 기색만 보이면 초기에 약을 먹어서 감기를 금방 뚝 떨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을 너나 없이 다 하거든요. 이런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된 이유를 알려면 사회구조적인 배경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에게 뒤쳐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프면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게 뻔하고 일에 지장이 있으면 남에게 한발 뒤진다는 생각에서 처음부터 무조건 약을 찾게 된 것이죠. 물론 약의 마진 같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약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감기를 초기에 잡는 방법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 며칠 집에서 푹 쉬면서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면역 기능이 빨리 회복되어 웬만한 감기는 저절로 낫는다. 몸을 혹사시키면서 감기약만 잔뜩 먹어봐야 감기가 빨리 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약에 대한 내성만 점점 더 커질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플 때 집에서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대한민국은 아플 수 있는 권리도 없는 나라인가?” 천문호 연수원장의 말이다. 종합감기약 속엔 뭐가 들었을까 ‘콧물, 기침, 가래, 두통, 안 통하는 데가 없어요’라는 투로 광고하고 있는 감기약이 있다. 그것의 이름은 바로 종합감기약. ‘사랑의 종합선물세트’에 별의별 맛난 과자가 가득 들어 있는 것처럼 과연 종합감기약에도 몸에 단 성분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감기는 원래 종합적인 증상을 갖고 있는 질환이다. 그러므로 굳이 약을 먹어서 감기를 치료하고 싶다면 종합감기약을 먹는 것이 무난한 선택이기는 하다. 종합감기약 속에는 콧물, 코막힘을 치료하는 항히스타민제, 통증을 없애고 열을 내리는 해열진통제,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히는 진해거담제 등이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종합감기약은 이 성분들 중 무엇을 더 넣고 덜 넣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약 이름이 다르다고 해서 효과까지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기의 증상 중 한가지 혹은 두 가지만 있는 사람이라면, 즉 기침만 난다거나 두통만 심하다거나 목만 칼칼하다거나 할 때에는 종합감기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종합감기약을 먹어봐야 필요 없는 성분은 몸 안에서 아무런 긍정적인 작용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약까지 덤으로 먹어서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만 만드는 꼴일 뿐이다.
감기약을 먹을 때에는 항생제가 들어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항생제는 감기가 심해져서 중이염이나 축농증이 생겼을 때 말고는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것은 바이러스인데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을 죽이는 데 쓰는 약이므로, 감기와 항생제는 연분을 맺을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감기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으며, 또한 몇몇 종합감기약 속에도 항생제가 들어 있는 형편이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내성이 생겨서 정말 항생제가 필요한 질병에 걸렸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주사나 내복약을 처방 받을 때 항생제 투약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종합감기약을 먹을 때만큼은 항생제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달라고 약사에게 말하도록 한다. 암피실린, 아목시실린, 스트렙토마이신, 세프라딘 등이 대표적인 항생제이다.
감기약을 먹고 나서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감기약 속에 든 항히스타민제 때문이다. 종합감기약에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항히스타민제가 들어 있지만 이것 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졸음, 권태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졸음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운전기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약 속에 항히스타민제가 들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콧물이나 코막힘 증상이 있다고 의사나 약사에게 말했을 때에는 더더욱.
‘주사 한 방이 특효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병원에 갔더니 주사도 안 주더라’면서 내복약만 처방한 의사에게 미심쩍다는 눈초리를 보내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알고 보면 주사는 내복약을 처방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이용하는 약일 뿐 내복약보다 병을 더 잘 고쳐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약물을 혈관에 직접 투여하는 덕에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효과가 빠른 만큼 부작용 또한 더 클 수 있다. 즉 약물이 인체에 작용하는 속도가 빠른 탓에 일부 사람들에게 약물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 진통제
통증은 신이 내린 선물. 어떻게 보면 통증이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일지도 모른다. 통증이 있는 덕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병이 커지기 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만일 통증이 없다면 제 속이 썩어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방심하고 있다가 어느 날 난데없는 죽음을 맞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족에게 이별의 말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하지만 막상 통증이 생기기 시작하면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이를 악물고 통증과 싸우는 동안에는 신이 내린 선물이란 생각이 들기는커녕 그저 통증을 빨리 잠재울 수 있다면 무슨 대가를 치루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진통제.
진통제는 하나의 성분으로 된 것과 복합 성분으로 된 것 두 가지로 나뉜다. 단일성분의 진통제로는 아세틸살리실산 성분의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성분의 부루펜이 있다. 복합성분의 진통제로는 게보린, 펜잘, 사리돈 등이 있는데 아세트아미노펜, 카페인 등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이것저것 들어 있다보니 복합성분의 진통제가 단일 성분의 진통제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진통제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진통제 시장에서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이다. 라이벌인 탓에 상대방에 대한 헐뜯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전쟁에 나서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늘 의사들이지만….
매를 먼저 맞은 것은 아스피린이다. 탁월한 진통효과를 가지고는 있지만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벼운 펀치에 불과했다. 독감이나 수두에 걸린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을 잘못 먹이면 자칫 의식불명에까지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상이 발칵 뒤집혔던 것.
부작용이 보고된 뒤로 아스피린의 인기는 곤두박질쳤다. 우리나라만 해도‘아스피린은 곧 부작용’ 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아스피린 파동 덕에 신이 난 것은 당연히 타이레놀.‘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서 아스피린의 지분을 야금야금 갉아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레놀이 부작용이 없는 약이란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타이레놀 역시 잘못 먹으면 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이레놀은 아스피린에 비해 다재다능하지 못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아스피린이 가지고 있는 소염 작용을 가지지 못한 탓에 염증으로 인한 통증에는 별 효험이 없다.
그렇다면 아스피린과 타이레놀 중에 도대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의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스피린을 안 먹으면 되고,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타이레놀을 안 먹으면 되는 것일 뿐,
둘 중에 어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매출 면에서도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은 호각지세다. 아스피린은 유럽 시장에서, 타이레놀은 미국 시장에서 라이벌이 없는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아스피린의 고향이 독일이고, 타이레놀의 고향이 미국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신토불이 정신’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먹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카페인이 없다'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는 진통제가 있다. 진통제에 카페인을 왜 섞는 것인지 알 턱이 없는 뭇 사람들은‘우리 빵에는 방부제를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광고를 떠올리고는 그저 카페인이 든 진통제는 무조건 나쁜 것인 줄만 안다.
틀린 생각이다. 진통제 속에 든 카페인은 우리 몸에 들어가서 진통 효과를 높여준다. 카페인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만 주의하면 될 뿐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카페인이 든 진통제를 먹음으로써 보다 확실한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소화제 소화제 속에는 당질, 단백질, 지방, 섬유소 등을 분해시키는 소화효소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이담제, 위장운동을 촉진시키는 건위(健胃)생약 등이 들어 있다. 물론 소화가 안 될 때, 체했을 때, 속이 더부룩할 때 먹는 약이지 배 터지게 먹을 각오를 하고 미리 식탁 옆에 챙겨 놓는 약은 아니다.
소화제 광고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화를 빨리, 확실하게 시켜준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공룡 한 마리를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운 뒤 소화제 한 알로 완벽하게 소화시키는 모습을 담은 광고가 다 나왔을까?
좀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머리를 짜내서 만든 광고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그래서 미소를 짓게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빨리 소화시켜 준다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믿을 만한 말인지, 그리고 정확하게 얼마나 빠르다는 말인지. 소화제의 포장지나 설명서를 보면 음식물의 성분별로‘소화력 ○단위’라는 것이 표시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소화제가 얼마나 확실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단위의 수치가 높을수록 소화력이 확실할 것 같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 그렇다는 것뿐이다.
사람의 위 또는 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음식물과 소화제에 든 성분을 반응시켰더니 수치만큼 음식물이 분해되었더라는 것이지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서 이끌어낸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화가 빨리 되고, 안 되고를 결정짓는 것은 뭘 먹었느냐, 얼마나 먹었느냐 등 엄청나게 많은 변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소화력의 단위라는 것 하나만 가지고 좋은 소화제와 나쁜 소화제를 가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다른 약물에 비해 소화제는 비교적 안전한 축에 들어간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소화제를 먹는 사람에게는 소화제 역시 안전한 약이 아니다. 특히 위산을 제거하고 위경련을 완화시키는 ‘스코폴리아엑스’라는 성분이 들어간 소화제는 반드시 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한다.
또 일부의 사람들은 과다복용을 하지 않아도 이 성분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이담제는 지방을 소화시키는 성분으로 대부분의 소화제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도 차이야 있겠지만 대부분의 소화제는 다 이담소화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비타민제
먹을까, 말까? 학창시절에 배웠던 비타민에 대한 기초 상식을 다시 떠올려보자. 비타민이란 동물의 정상적인 성장과 대사작용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분이다. 필요량은 매우 적지만 부족할 경우 결핍증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A가 부족하면 야맹증, B가 부족하면 각기병, C가 부족하면 괴혈병 등에 걸릴 수 있다. 결핍증이 생기는 것은 거의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 탓이다. 편식하거나 담배를 피거나 술을 먹는 등의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비타민제를 먹지 않아도 결핍증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을 고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악습을 버리기 전까지는 하루 한 알의 종합비타민제를 먹는 것이 결핍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임신부, 노인 등도 비타민제를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을 먹어여 하는 사람들은
첫째. 흡연자. 담배를 피면 몸 속의 비타민C가 20%에서 40%까지 파괴된다.
둘째. 과음하는 사람. 술을 많이 마시면 비타민의 흡수와 이용을 방해한다.
셋째. 임신부 혹은 수유부. 태아나 유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려면 평소보다 많은 양의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 단 비타민A와 D는 지나치게 많이 먹을 경우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할 것.
넷째. 노인. 노인이 되면 음식량이 주는 게 보통이고 영양분 이용률도 떨어진다.
다섯째. 편식하는 사람. 비타민은 종류에 따라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 다 다르다. 편식하면 비타민의 고른 섭취가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이치.
비타민은 결핍되었을 때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지 비타민으로 특별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제를 먹으면 기미, 주근깨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싼 비타민제를 놔두고 왜 많은 사람들이 기미, 주근깨 때문에 고민하겠는가?
비타민 성분의 영양제를 먹으면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믿을 만한 이야기가 못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말 피로회복 효과가 있다면 한 알에 고작 몇 백원 하는 영양제를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나눠주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루 권장량의 100배가 넘는 비타민을 복용해서 건강을 지킨다는‘megadose요법’은 아직까지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비타민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만 우려될 뿐.
▽ 피부연고제
긁어 부스럼이 따로 없다. 피부연고제만큼 부작용 문제가 심각한 약은 없다. 연고제 속에 함유된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이다. 질환에 상관없이 연고제 하나만을 무분별하게 바르거나 지나치게 자주, 많이 바르면 백발백중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 중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을 만한 것은 모세혈관확장증. 스테로이드연고를 습관적으로 얼굴에 발라서 실핏줄이 늘어나는 질병이다. 흡사 얼굴에 거미줄이 쳐진 것처럼 붉은 실핏줄이 피부 겉으로 드러나 보인다. 특히 아기들은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여드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칫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을 뿐더러 아예 스테로이드 남용으로 인해 여드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무좀·완선 등의 진균감염이나 농가진 등에 스테로이드 연고(흔히 습진연고)를 바르면 균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꼴이 된다. 먹이를 받아먹은 균이 제 시절을 만난 듯 활개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 이밖에도 스테로이드연고로 인해 살이 튼 경우, 진물이 흐르는 곳에 발라서 증상이 덧난 경우 등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다.
외국에서는 아주 약한 성분의 스테로이드연고제인 히드로코터손을 빼고는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상황도 달라질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스테로이드연고제의 위험으로부터 일반인들을 보호할 방법은 전무한 형편이다.
스테로이드연고제는 강도에 따라서 group 1에서 group 5까지 등급이 매겨져 있다. 숫자가 낮아질수록 강도 높은 것이며, 얼굴이나 생식기에는 약한 제제(group 4∼5)를, 몸통, 팔꿈치, 무릎에는 중간 제제(group 3)를, 손, 발, 두피에는 강한 제제 (group 1∼2)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용량과 용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스테로이드제의 강도에 따라 적합한 양이 다르므로 연고제의 설명서를 꼭 읽어본 뒤에 연고를 바른다.
▽ 그 밖의 약들에 대한 짤막 상식
- 자양강장드링크
자양강장제를 아무리 마셔본들 피로회복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비타민, 타우린, 벌꿀, 인삼, 영지버섯 등 피로를 회복시키고 원기를 북돋우는 성분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고작 몇 백원 하는 드링크 한 병에 유익한 성분이 듬뿍 들어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한술 더 떠서 안 먹는 것이 오히려 더 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드링크 속에 든 카페인 성분 때문. 보통 한 병에 30mg이 들어 있는데 드링크를 과다복용하고 커피까지 마시다 보면 교감신경에 흥분이 일어나서 잠이 안 오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드링크를 선택하거나 복용량을 지키면 상관없는 문제이므로 드링크제는 먹어도 그만, 말아도 그만인 것이라 보는 것이 무난하겠다.
- 변비약
변비 치료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드물게 장의 기질적인 변화로 인해 변비가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변을 불규칙하게 보고 섬유질을 적게 먹는 등의 생활습관 탓에 변비가 생긴다. 변비에 걸렸을 때 약국에서 변비약을 사다먹는 사람들이 많다.
한두 번은 상관없지만 변비약을 매일 습관적으로 먹으면 장을 자극해서 장벽을 붓게 만들고 심한 경우 장이 좁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변비가 아주 심할 때라면 모를까 변비약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요구르트 한 병을 매일 마시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 안약
눈이 충혈되었거나 뻑뻑하거나 가렵다는 이유로 별 생각 없이 안약을 사서 넣는 사람들이 많다. 만일 그들이 안약 탓에 실명한 사람까지 있다는 말을 들으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대부분의 안약에는 피부연고제와 마찬가지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 스테로이드 안약은 염증의 초기 증상에 잘 듣기 때문에 눈이 가렵거나 따가운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 오랫동안 안약을 사용하면 안압이 상승하여 시신경 손상, 녹내장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은 물론이고 심각할 경우 실명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안약 광고 중에는 사슴처럼 맑은 눈망울을 가지고 싶으면 날마다 안약을 넣으라는 투로 광고하는 것이 있는데 그렇게 했다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눈을 망쳐서 결국은 영영 시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 붙이는 소염진통제
우리가 흔히 파스라고 부르는 붙이는 소염진통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내복약보다 약물의 흡수율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픈 부위에 바로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의 진통 효과는 발휘한다. 요즘 나오는 값비싼 소염진통제는 기존의 것보다 약물이 좀더 잘 침투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붙이는 소염진통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일 뿐이다.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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