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성분에는 부작용이 없다? - 질환과정보

-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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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운동이나 과학적인 진단 및 치료보다는 한약이나 녹즙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민간요법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생약 성분은 부작용이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일부 매스컴과 민간의학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생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일반인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민간요법에 의한 부작용을 경험했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는 환자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33세의 한 여성이 건강을 위해서 '돌미나리'와 '인진쑥'을 달여 먹고 황달이 심해져 응급실로 실려 온 적이 있었다. 내원 당시 빌리루빈(bilirubin)치가 40㎎/㎗ 이상으로 이미 간에 치명적 손상을 입은 상태였고 모든 내과적인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혼수 상태로, 간이식을 기다리다 공여자를 찾지 못해 사망한 일이 있었다.
민간요법에서 사용하는 약초에는 수 십가지 이상의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이 중에는 몸에 유익한 성분도 있지만, 인체에 유해한 성분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일단 몸에 흡수된 화학 성분은 간장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배설되는데, 간경변증이나 만성간염 환자에서는 약초의 여러 물질이 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간기능의 급격한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동·식물에서 추출한 의약품이 시판되면서 약초만 잘 쓰면 난치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탁솔'이라는 항암제는 주목이란 나무에서 추출한 약물이지만, 주목 나무를 달여 먹는다고 항암 효과를 얻지는 못한다. 오히려 간이 나쁜 환자에서는 간기능 장애의 위험이 올 수도 있다.
인체에 흡수된 물질은 여러 대사과정을 거쳐 배설되지만, 여러 물질을 동시에 섭취하면 물질들끼리의 상호 작용에 의해 전혀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대사 과정에 차이가 있어 같은 약을 먹어도 약효가 다를 수 있는데, 특히 약초와 같이 수 백가지 물질이 섞여있는 경우 물질 대사의 차이와 상호 작용에 의해 사망할 수 있는 심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민간 요법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하면 원인 물질의 규명과 적극적인 해독 치료가 불가능하다.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훌륭한 신약들이 꼬리를 물고 개발되는 21세기의 한국에서, 비방과 만병통치약을 찾는 조선 시대적 사고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의 모순을 개탄하며 '생약에는 부작용이 없다'는 잘못된 상식의 희생자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 경인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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