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 500여가지 신진대사 - 인체이야기

-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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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침묵의 장기이다. 대사 능력이 워낙 뛰어나, 질병이 생겨 간세포가 파괴돼도 상태가 심각해질 때까지는 나머지 세포들이 업무를 나눠 수행할 뿐 자각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이 간질환에 걸린 줄 모르고 과로와 과음을 일삼는 환자가 많은 것도 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묵묵히 일만 하는 「의리의 돌쇠」이기 때문이다. 「돌쇠」 답게 「체격」도 좋다. 오른쪽 끝은 두껍고 왼쪽 끝은 얇은 마름모 꼴로, 우상복부에서 갈비뼈로 보호되는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다. 위쪽으로 오른쪽 젖꼭지 아래 1㎝ 지점까지 이른다. 크기는 두 손바닥을 합친 정도. 자체 무게는 1.5㎏정도이나, 간을 순환하는 혈액의 무게를 더하면 총량은 3.5㎏정도로 늘어난다. 사람은 1분당 6ℓ정도의 혈액이 온 몸을 순환하는데, 이 중 3분의 1인 2ℓ가 간을 통과한다.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는 동맥에서 피를 공급받아 정맥으로 내보낸다. 간은 예외로, 간동맥과 함께 문맥이라는 일종의 정맥을 통해서도 혈액이 들어온다. 간동맥으로는 산소가 풍부한 동맥피가 유입되고, 문맥으로는 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을 잔뜩 실은 정맥피가 공급된다. 두 혈관은 점차 가늘어져 실핏줄로 이어진다. 간세포는 밭이랑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데, 이랑 사이에 파인 골을 따라 실핏줄이 지나간다. 실핏줄은 산소와 영양분을 간세포에 공급하고, 간에서 만든 물질을 받아 다른 장기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간에는 분당 2ℓ정도의 혈액이 통과하는데, 3분의2는 문맥, 나머지는 동맥으로 유입된다.
간은 좌엽과 우엽의 둘로 나뉘는데, 우엽이 6배 정도 더 크다. 살아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간의 일부를 이식해 줄 때는 기증자의 안전을 100% 확보하기 위해 작은 부분인 좌엽쪽부터 떼어 낸다. 간은 재생 능력이 탁월하다. 최대 70% 절제해도 1~2개월이면 원래 크기를 회복한다. 간의 재생 능력이 강한 원인은 혈류량이 워낙 많아 신진 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간에는 간세포가 2500억개쯤 있으며, 직경 0.015~0.03㎜에 불과한 세포는 각자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500가지가 넘는 화학 공정을 수행하는 「초소형 복합화학공업단지」이다. 이처럼 복잡한 간의 기능은 크게 혈당 농도 조절 단백질 합성 지방의 합성과 분해 해독 및 배설 작용 등으로 나뉜다.
간은 이상이 와도 내색을 않지만, 유심히 관찰하면 어느 정도 초기 자각 증상을 찾을 수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피로가 지속되면서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나 구토가 나는 증세, 황달이 생길 때, 소변 색깔이 콜라처럼 변하거나 대변 색깔이 옅어지는 변화, 잇몸 출혈,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얼굴이 흑갈색으로 변하는 증상, 남자가 젖가슴이 나오는 경우 등은 간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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